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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소식만 들려도 불안”…연이은 침수에 주민들 트라우마

“비 소식만 들려도 불안”…연이은 침수에 주민들 트라우마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9-02 12:07
업데이트 2018-09-0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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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또 비 예보에 일부 주민 피해복구 엄두도 못 내

“비 소식만 들려도 불안에 떨어야 해. 하늘만 깜깜해져도 무섭더라고”



지난달 27일과 31일 연거푸 침수 피해를 본 광주 남구 주월동 주민 양옥남(63·여) 씨는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던 빗물 흔적을 가리키며 고개를 내저었다.

양씨가 운영하는 작은 슈퍼마켓은 두 차례 수해를 겪으면서 진열대를 채웠던 상품 절반가량을 잃었다.

내주 화요일께 또 비 소식이 예보돼 가게에 딸린 방과 월세를 내놓은 안쪽 작은 방은 아직 치우지도 못했다.

양씨 슈퍼마켓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미숙(59·여) 씨도 기습적인 폭우에 두 차례 피해를 보면서 진열대 맨 아래 칸은 모두 비워놨다.

“27일에 물 들어차고 나서 양가 식구랑 통장들까지 14명이 달라붙어 치워놨더니 나흘 만에 또 빗물이 들어오길래 그땐 넋이 빠져서 보고만 있었어요.”

김씨는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공포심까지 느꼈던 그 날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지난 이틀간 이어진 응급복구에도 주월동 주민과 골목에 새겨진 상흔은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가게 입구나 골목 거점마다 쌓아둔 모래 포대,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아파트 입구에 정돈해놓은 삽과 장화는 주민들이 겪은 극도의 트라우마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2일 남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남구 일원에서 상가 70곳, 주택 25채, 자동차 2대, 도로 4개 구간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주월동 일원은 27일과 31일 연거푸 침수로 특히 피해가 컸는데,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미뤄둔 하수도 정비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광주 남구에는 양일 모두 시간당 60㎜가 넘는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는데, 주월동 일대 하수관 처리 용량은 50㎜에 불과하다.

용량을 70㎜로 늘리는 공사가 2012년 시작돼 지난해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미뤄지면서 주월동 구간 하수도 정비도 2년째 중단됐다.

주민 김길천(73) 씨는 “저지대인 우리 동네는 예전부터 많은 비가 오면 물이 들어차긴 했어도 이 정도까지 피해를 본 적은 없었다”며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지하철과 하수도 정비 공사를 한 번에 하려고 일을 미루다가 이 지경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내일 주민들을 모아 구청장을 찾아가 대책 마련과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며 “하수도 정비 공사라도 하루빨리 이뤄지도록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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