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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만난 화성살인 용의자 ‘혈액형·족적’ 달라 풀려났다

경찰 만난 화성살인 용의자 ‘혈액형·족적’ 달라 풀려났다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9-09-26 13:52
업데이트 2019-09-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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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성폭행 7건 등 여죄도 수사 중…최면 전문가 투입

화성연쇄살인사건 몽타주.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몽타주. 연합뉴스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용의자 이모(56)씨를 대면조사하고도 범인의 혈액형, 발 크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풀어줬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의 혈액형은 ‘O형’이지만, 당시 수사팀은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 증거물에서 최근 이씨 DNA가 검출돼 유력 용의자로 특정된 상황이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최면전문가를 투입하는 한편 1986년 2월부터 7월 중순까지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등 여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26일 브리핑을 갖고 이씨가 용의 선상에서 제외된 데에 대해 당시 기록을 토대로 “혈액형과 족적(발자국)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록에 의하면 9차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정액 추정 흔적이 있는 피해자 옷을 수거해 감정한 결과 혈액형이 B형으로 판명돼 당시 형사들은 용의자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상황에서 수사를 진행했다”며 “이는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들 진술로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6차 사건에서 245㎜의 족적이 나왔는데 당시 비가 많이 와서 실제보다 축소됐을 것이라고 보고 255㎜로 추정해 수사에 활용한 기록이 나온다”며 “용의자는 당시 3차례에 걸쳐 수사를 받았지만 1, 2차 조사 때는 마땅한 증거가 없었고 3차 조사 때는 이 족적과 용의자의 것이 일치하지 않아 용의 선상에서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
당시 경찰은 이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해 6차 사건 이후와 8차 사건 이후 그리고 1990년 초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대면 조사를 했다.

경찰은 1986년 8월 화성 인근에서 발생한 다른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가 화성사건의 범인이라는 주민 제보가 접수돼 처음 이씨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1차 사건 피해자가 발견된 1986년 9월 15일 이전인 같은 해 2월부터 7월 중순까지 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발생한 7건의 연쇄성폭행 사건 등 화성사건과 그 무렵 발생한 유사범죄와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있다. 수사 범위는 이씨가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이다.

범죄심리학 권위자인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011년 한국경찰학회보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1986년 2월부터 7월 중순까지 발생한 7건의 연쇄성폭행 사건과 9건의 화성사건이 동일범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성폭행 당시 범인은 욕설과 함께 “네 서방 뭐해”라는 말을 했다. 1986년 11월 발생한 살인 미수사건 피해자도 ‘서방’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성폭행범이 피해자를 결박하는데 사용한 도구는 주로 스타킹, 하의, 치마 등으로 화성 살인사건과 매우 유사했다. 이씨는 전날까지 5차례 이어진 경찰의 대면 조사에서 자신은 화성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와 마주쳐 수배전단 작성에 참여했던 버스 안내양의 소재를 파악해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또 버스 안내양 등 목격자들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법최면 전문가를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접견을 통해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접견 결과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목격자들에 대해서는 30여년 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법최면 전문가 2명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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