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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딸 보험금, 30년 전 父의 청빈… 나눔으로 꽃피었다

먼저 간 딸 보험금, 30년 전 父의 청빈… 나눔으로 꽃피었다

이근아 기자
입력 2019-12-18 22:46
업데이트 2019-12-1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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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성 쇼크로 40대 딸 잃은 강준원씨
딸 유지 따라 어린이재단에 4억 쾌척

故정운오씨의 네 딸들 “청년들 후원”
아버지 모교인 고려대에 102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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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들이 딸 강성윤씨의 유언대로 4억 4000만원을 재단에 기부한 강준원(가운데)씨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18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들이 딸 강성윤씨의 유언대로 4억 4000만원을 재단에 기부한 강준원(가운데)씨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세밑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돈을 선뜻 내놓는 따뜻한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한 아버지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딸이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에 따라 어린이를 돕는 단체에 4억원이 넘는 돈을 전달했다. 30년 전 아버지를 여읜 중년의 딸들은 아버지의 모교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18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는 경기 수원에 사는 강준원(84)씨가 4억 4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강씨의 딸인 성윤(43)씨가 지난 9월 패혈성 쇼크로 숨지면서 남긴 돈이다. 성윤씨는 생전 자신의 휴대전화에 “어린이 재단에 유산을 기부해 달라”는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 유서’는 성윤씨와 가깝게 지냈던 수원 매탄1동 행정복지센터의 지현주 통합사례관리사가 발견했다. 지씨는 성윤씨의 유지를 아버지인 강씨에게 전달했고, 아버지도 딸의 뜻을 따라 사망보험금과 증권, 예금 등 4억 4000만원을 재단에 기부하는 데 동의했다. 지씨는 “성윤씨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서인지 소외아동에 관심이 많았고 어린이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야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성윤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고등학생 때부터 가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노인성 질환으로 6년 전 요양병원에 입원하자 자신의 몸도 성치 않으면서 부친을 살뜰히 챙겼다. 그는 요양병원에 홀로 남은 아버지를 위해 일부 재산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에 재단은 강씨와 지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재단은 기부금을 성윤씨의 거주지였던 매탄동의 소외된 아동들에게 일부 지원하고 나머지는 국내 아동의 주거비와 의료비, 자립지원금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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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모교인 고려대에 102억원을 쾌척한 자매들이 고려대 본관에서 정진택(맨 오른쪽) 고려대 총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고인의 외손자 이성원씨, 셋째 딸 정인선씨, 큰딸 정재은씨. 고려대 제공
부친의 모교인 고려대에 102억원을 쾌척한 자매들이 고려대 본관에서 정진택(맨 오른쪽) 고려대 총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고인의 외손자 이성원씨, 셋째 딸 정인선씨, 큰딸 정재은씨.
고려대 제공
한편 아버지의 오랜 뜻을 이어 100억원을 쾌척한 딸들도 화제가 됐다. 이날 고려대는 보성전문학교(고려대 전신) 상과를 졸업한 고 정운오씨의 네 딸(재은·윤자·인선·혜선씨)이 학교에 102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융복합 인재 양성에 기부금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정씨의 딸들은 “돌아가신 지 30년 만에 아버지의 꿈을 이뤘다”면서 “자신은 청빈하게 살면서도 나라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을 후원하고자 하는 뜻을 늘 말씀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사업체를 일구며 자수성가했지만 1988년 12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고려대는 정씨의 이름을 따 ‘정운오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후 이공계 캠퍼스에 ‘정운오 IT·교양관’ 건립을 추진한다.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는 나눔 캠페인을 펼쳐 IT·교양관 건립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9-12-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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