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방송계 노동착취… 형 억울함 꼭 풀겠다”

“방송계 노동착취… 형 억울함 꼭 풀겠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0-02-12 22:42
업데이트 2020-02-13 15:3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故 이재학 PD 유족 기자회견

청주방송서 임금 인상 요구하다 해고
유족 “비정규직 차별 문제 제기한 것
진정한 사과·가해자 처벌·대책 요구”
이미지 확대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학 PD의 누나 이슬기(왼쪽 두 번째)씨와 동생 이대로(여섯 번째)씨 등 유족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추혜선(일곱 번째) 정의당 의원이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조사와 방송 스태프 처우 개선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학 PD의 누나 이슬기(왼쪽 두 번째)씨와 동생 이대로(여섯 번째)씨 등 유족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추혜선(일곱 번째) 정의당 의원이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조사와 방송 스태프 처우 개선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프리랜서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는 방송계의 비정상적 노동 착취, 형의 죽음을 계기로 근본 대책을 요구하겠습니다.”

형의 마지막 말은 “억울해 미치겠다”였다. 14년간 일하던 청주방송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다 해고된 뒤 지난 4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재학(38) PD의 동생 이대로(37)씨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는 형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동생 이씨 등 유족들은 이날 이 PD의 명예를 회복하고 방송계 비정규직 차별과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형을 지켜 주지 못한 미안함과 슬픔이 가시지 않았지만,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현실을 방관할 수 없어서다.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특별근로감독, 비정규직 실태파악 조사 등 적극적 대처도 촉구했다.

동생 이씨는 “형과 같은 비정규직 스태프들은 열악한 대우와 고통 속에서도 참아야 했다”며 “청주방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가해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자료를 은폐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회유와 압박을 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덧붙였다.

유족 등에 따르면 이 PD는 프리랜서였지만 사측의 근로감독과 지시를 받았다. 정규·특집 프로그램 연출과 보조금 사업, 행정처리 등을 맡은 건 정규직 PD나 다름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심 법원은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이 PD가 특정 시간 및 장소에 출퇴근할 의무가 없는 등 근로자로 보기 부족하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 줬다. 유족은 항소를 이어 갈 계획이다.

이 PD의 누나 이슬기(40)씨는 “동생은 후배와 동료들을 위해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라는 시스템을 고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동생 이야기를 듣고, 신념과 정의를 지키라고 응원해 줬었다”며 “방송국 내부 문제가 이렇게 심각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청주방송 측은 지난 9일 사과문을 통해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0-02-13 2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