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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생]“월급 못준다고 출근 막는 교육청… 차라리 코로나19 걸렸으면”

[취중생]“월급 못준다고 출근 막는 교육청… 차라리 코로나19 걸렸으면”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0-03-07 01:35
업데이트 2020-03-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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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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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학교비정규직 생계대책 마련 촉구
코로나19에 따른 학교비정규직 생계대책 마련 촉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에 따른 개학연기에 대한 학교비정규직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개학을 미뤘으니 월급을 못 준다고 출근하지 말라고 해요. 코로나19에 걸리면 공가를 주겠다는데, 차라리 코로나19에 걸렸으면 지원금도 받았을텐데….”

박미옥(가명·45)씨는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인 학생을 지도하는 특수교육지도사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초중고가 휴업하면서 개학이 오는 22일로 미뤄진 뒤 그는 앞길이 막막합니다. 학교내 비정규직인 특수교육지도사는 방학 중에는 월급을 받지 못하는 ‘방학 중 비근무자’이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자녀 2명을 홀로 키우는 박씨는 “전에는 연봉을 월평균을 내서 150~160만원을 줬는데 작년부터 월급으로 바뀌면서 학기 중에 받는 월급이 220만원이 넘었다”면서 “(중위소득 52% 이하) 한부모가정에 주는 자녀양육비(인당 20만원)도 없어져 월급을 받아야 생계를 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학 중 비근무자인 학교 조리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조리사 우시분(51)씨는 “여름방학 시작이 늦어지니 총 급여는 똑같다고 하는데 그건 여유가 있는 사람 얘기”라면서 “당장 자동차 보험료도 내야 하고 목돈 나갈 일이 많은데 대출을 받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들이 개학이 연기돼 출근을 하지 않기에 월급이나 휴업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쟁점은 휴업으로 개학이 연기된 지금이 방학인가 입니다. 근로계약상 이들은 방학 중에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우씨는 “교육청에 물어보면 지금은 방학이 아니라고 하고 우리도 교직원이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방학이 법적 개념은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뒤늦게 지난 6일 교육감협의회는 돌봄전담사나 조리사 등 방학 중 비근무자들의 연간 근무일수를 변경하지 않고, 정기상여금이나 연차수당, 맞춤형 복지비 등을 미리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청과 노조의 협상은 교착 상태입니다. 일선 교육청은 노조에게 45만원 정도인 정기상여금은 현금으로 지급하지만 나머지는 총 7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나 상품권으로 주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통신비, 관리비, 대출 원리금 등을 내야 한다면 쿠폰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진다면 근무일수를 지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학교 비정규직 근무지에 부착될 출입통제 안내
학교 비정규직 근무지에 부착될 출입통제 안내 학교의 방학 중 비근무자인 조리사, 특수교육지도사 등이 오는 9일 출근하겠다고 밝히자,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6일 일선 학교에 ‘노무수령 거부 의사’를 밝히라며 출입통제 안내문 등을 공문으로 보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공
방학 중 비근무자들이 오는 9일 출근을 하겠다고 밝히자, 지난 6일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에 이들이 근무하는 곳에 ‘출입통제’ 안내문을 붙이라는 공문을 내려보냈습니다. 한 특수교육지도사는 “학교는 오는 9일 전체 직원들이 회의를 한다고 하고 개학을 하기 전에 정리할 일도 있어 나오라고 한다”면서 “책상에 ‘출근일이 아니라며 출입 통제’라고 붙이겠다는 공문을 보고 나니 모욕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출입통제는 무작정 들어가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확산 시기에 모임을 막기 위해서 였다”면서 “학교에서 방학 중 비근무자들이 출근을 한다고 하니 대책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은 방학 중 비근무자는 출근을 한다면 “일방적인 근로제공에 대하여 학교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자발적 연장근로)과 같이 출근에 대해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노무수령거부 통지서도 보냈습니다. 반면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자발적 연장근로일 때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남은 업무가 없는데도 퇴근을 하지 않고 추가 근무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노무수령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 출근을 해도 근로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출근을 해도 월급을 주지 않을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공문을 보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격차는 더 뚜렷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육의 장인 학교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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