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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노출 수위 높은 성평등 영화 상영한 도덕교사 직위해제 정당”

법원 “노출 수위 높은 성평등 영화 상영한 도덕교사 직위해제 정당”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11-12 13:44
업데이트 2020-11-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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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당하는 다수’의 한 장면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당하는 다수’의 한 장면
성 평등을 다룬 단편영화를 수업 중에 상영했다가 영화 속 노출 장면이 문제가 됐던 중학교 교사와 관련, 당시 교육청의 직위해제 처분이 교육권 침해는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2부(부장 이기리)는 12일 배이상헌 교사가 광주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직위해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도덕 과목을 담당하는 배이 교사는 2018년 7월~2019년 5월 성 윤리 수업 과정에서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교실에서 상영했다.

11분 분량의 이 영화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뒤집은 ‘미러링’ 기법으로 성 불평등을 다룬 작품이다.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한 기존의 관념이 뒤바뀐 세계를 가정해 남성이 집안일을 도맡고 길거리에서 여성 무리들로부터 추행을 당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문제는 현실에서 상의를 벗은 채 조깅하는 남성들을 ‘미러링’해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이 거리를 뛰어가는 장면 등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등장해 문제가 제기됐다. 여성들이 흉기로 남성을 위협해 성폭행하려는 장면 역시 ‘미러링’ 기법이었지만 학생들이 감상하기에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광주시교육청 성희롱·성폭력신고센터에 이러한 지적들을 포함한 민원이 제기됐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해당 사안을 논의했고, 해당 영화 상영이 성 비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국 도덕교사 모임이 29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성 비위 논란에 휩싸인 중학교 교사 직위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2019.7.29  연합뉴스
전국 도덕교사 모임이 29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성 비위 논란에 휩싸인 중학교 교사 직위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2019.7.29
연합뉴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그 과실이 배이 교사에게 있다고 보고 지난해 7월 배이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광주시교육청은 배이 교사가 수업 배제에 불응했고, 학생들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배이 교사는 이 사안이 공론화돼야 한다며 당시 언론에 실명을 밝히기로 했다.

검찰은 해당 영화가 모자이크 등을 하지 않아 중학생 교육용으로는 부적절할 수 있지만 성차별 인식 개선 영화로 평가받고 있고, 도덕교사로서 성교육 자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는 검찰시민위원회 의견 등을 참고해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의 결론이 나오기 전 광주시교육청은 배이 교사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고, 배이 교사는 지난 8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뒤에야 지위를 회복해 1년여 만에 다른 학교로 발령됐다.

이 부장판사는 “직위해제는 임시로 행하는 가처분적인 성격으로 처분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적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일부 학생이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 점, 원고가 수업 배제에 불응한 점을 볼 때 직위해제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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