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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준 도넛 물고 야근하는 美 경찰…7월 시작되는 ‘韓 자치경찰’의 청사진

주민이 준 도넛 물고 야근하는 美 경찰…7월 시작되는 ‘韓 자치경찰’의 청사진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1-02-02 21:56
업데이트 2021-02-03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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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도넛’ 펴낸 최성규 성북경찰서장

3년간 美 시카고 총영사관 근무 경험
경찰,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거리 좁혀
공권력 쓰면서도 시민들 신뢰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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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규 서울 성북경찰서장은 “미국에서 경찰 영사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얻은 경찰, 자치경찰의 치안활동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다”며 ‘총과 도넛’을 쓴 동기를 밝혔다. 최성규 서장 제공
최성규 서울 성북경찰서장은 “미국에서 경찰 영사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얻은 경찰, 자치경찰의 치안활동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다”며 ‘총과 도넛’을 쓴 동기를 밝혔다.
최성규 서장 제공
미국 경찰은 주저 없이 총을 빼들고, 용의자를 과잉 진압하다가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 미국 경찰은 강력한 공권력의 상징이자 지역사회에선 도넛을 무료로 받는 등 높은 사회적 신뢰를 얻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최성규(53) 서울 성북경찰서장은 이를 두고 “경찰이 시민들과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끊임없이 공청회를 하며 소통해 거리감을 좁혔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부터 3년간 미국 시카고 총영사관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자치경찰의 역할을 촘촘히 담아 ‘총과 도넛’(동아시아)을 냈다. 제목은 “허리엔 총을 차고, 야근이 잦아 도넛을 입에 달고 사는 전형적인 미국 경찰을 의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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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화로 만난 최 서장은 “미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은 치안 자치이며 그 최전선에는 1만 8000여개의 자치경찰 조직이 있다”면서 “역사적 배경이 다른 한국에 똑같이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자치와 분권이 화두인 만큼 자치경찰의 역할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안의 주인공은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동네 경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에서 소통하는 경찰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는 한국에서 오는 7월부터 본격 실시되는 자치경찰의 기본 요소로도 꼽힌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은 모든 경찰이 자치경찰이다. 연방수사국(FBI)은 치안·경비·교통 등 경찰 업무를 하지 않는 수사 전문 기관일 뿐이다. 각 단계의 자치정부가 따로 운영하고 주·카운티·시마다 다른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근무한다. 우리 경찰이 하향식 지휘체계라면, 미국은 수평적 협력체계다. 경찰서별로 독립성이 강하다 보니 경찰관의 부업도 허용된다. 출퇴근과 비번에도 순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건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인센티브”라고 분석했다.

최 서장은 미국 경찰의 공권력이 강한 이유를 상대적 면책특권과 강력한 경찰 노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경찰관이 어떤 잘못을 했을 때 경찰 개인이 아니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소송을 걸어 책임을 묻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는 “미국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되고 검사장이 투표로 뽑히다 보니 검찰은 수많은 경찰관이 가입해 있는 경찰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총기 소유와 마약이 광범위한 치안환경을 감안하면 미국 공권력 수준을 한국에서 허용하긴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1-02-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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