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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투기 수사’ 시험대 오른 국수본… 삐끗하면 ‘수사권 조정’ 흔들

‘LH투기 수사’ 시험대 오른 국수본… 삐끗하면 ‘수사권 조정’ 흔들

이성원 기자
입력 2021-03-08 20:54
업데이트 2021-03-09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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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력 자신… ‘넘어야 할 산’ 많아

남구준 본부장 “1·2기 신도시 수사때 성과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 못해”

대형 부동산투기 수사 주도한 경험 없고
정부합동조사단 내 어정쩡한 위치 한계
영장 신청때 檢 거쳐야 해 신속성 떨어져
정 총리 “패가망신할 정도로 엄히 다스릴 것”
정 총리 “패가망신할 정도로 엄히 다스릴 것” 정세균(왼쪽)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의 보고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보고를 받고서 정 총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가 정보를 악용한 땅 투기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면서 “불법과 비리가 밝혀진 공직자와 관련자는 법적으로 죄를 따져 패가망신할 정도로 엄히 다스리겠다”고 밝혔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것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8일 밝혔다. 국수본 수사력 입증의 첫 시험대가 될 이번 LH 투기 의혹 수사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검찰처럼 대형 부동산 투기 사건을 주도해 수사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과 정부합동조사단 내 경찰의 어정쩡한 위치는 한계로 꼽힌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불똥이 튀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찰은 이번 수사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남 본부장은 8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LH 투기 의혹 수사에 대해 “사명감으로 경찰의 수사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이 부동산 특별단속을 해 오면서 역량을 높여 왔다”며 “(1·2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수사 때) 검찰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건 맞지만, 경찰도 참여했고, 상당수 성과가 경찰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수본은 지난 5일 이번 의혹을 수사할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국수본 수사국장을 수사단장으로 수사국 반부패수사과·중대범죄수사과·범죄정보과를 비롯해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청·경기북부청·인천청 등 3개 시도경찰청으로 편성됐다. 국수본 내 직접 수사부서인 중대범죄수사과와 범죄 첩보를 수집하는 범죄정보과가 포함된 만큼 여차하면 국수본이 직접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수사를 위해선 국수본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정부합동조사단 내 경찰의 위치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고 국수본은 이 기관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는다. 정부는 차명거래 등을 파악하고자 금융위원회·국세청이 포함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국수본 입장에서는 과거 검찰이 주도했던 방식이 아닌 수동적 수사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아울러 영장을 신청할 때 검찰을 거쳐야 하는 만큼 검찰보다 수사의 신속성이 떨어진다.

한 경찰 간부는 “차명 거래가 대부분인 부동산 투기 사건에 수사 경험이 없는 총리실과 국토부 공무원들이 수사 의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사해낼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며 “경찰이 조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도적 역할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이번 조사는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러한 문제에 대비해 범죄 정보를 자체적으로 수집하고 필요하면 수사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최승렬 수사국장은 “수사 의뢰가 들어오는 건 지방청에 배정하고 특별수사단은 본청 범죄정보과를 동원해 범죄 혐의점이 나오면 별개로 경찰 수사를 할 것”이라며 “다방면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거라는 시각이 많다. 투자와 투기 사이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시각에 대해 최 국장은 “그것을 깨는 게 수사 능력”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21-03-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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