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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쓰러진 할머니 40시간 지킨 백구… 첫 ‘명예119구조견’ 됐다

폭우 속 쓰러진 할머니 40시간 지킨 백구… 첫 ‘명예119구조견’ 됐다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1-09-06 20:50
업데이트 2021-09-0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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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이틀간 체온 나눠주며 생명 구해
죽을 뻔한 유기견 품은 가족에게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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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할머니 곁을 40여시간 지켜 구조케 한 백구가 6일 홍성소방서에서 열린 ‘명예119구조견’ 임명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왼쪽은 할머니의 딸인 심금순씨, 오른쪽은 양승조 충남지사. 충남도 제공
실종된 할머니 곁을 40여시간 지켜 구조케 한 백구가 6일 홍성소방서에서 열린 ‘명예119구조견’ 임명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왼쪽은 할머니의 딸인 심금순씨, 오른쪽은 양승조 충남지사.
충남도 제공
폭우 속에 쓰러진 90대 할머니의 곁을 40시간 동안 지킨 충남 홍성군의 ‘백구’가 우리나라 첫 ‘명예119구조견’이 됐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6일 오후 홍성소방서에서 ‘백구’(견령 4세)를 전국 처음 명예119구조견으로 임명했다. 백구에게는 ‘충남 1호 명예 119구조견 백구’라고 쓰인 명패가 달린 개집과 사료·목줄·꽃다발 등이 수여됐다. 또 임용장과 함께 ‘명예소방교’(소방사보다 1단계 상위 계급) 액자도 전달됐다. 양 지사는 이날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백구가 기적을 만들어 모두를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백구의 주인인 심금순(65)씨는 “유독 어머니를 잘 따랐던 백구가 어머니를 살렸다. 너무 고맙다. 백구를 자식처럼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20대 후반인 백구는 지난달 24일 밤 홍성군 서부면 집에서 치매를 앓는 김모(93) 할머니를 따라나섰다. 인근 축사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심씨 등 가족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마을 주민들과 수색에 나섰지만 이틀째 할머니를 찾지 못했다. 할머니는 고령에 지병을 앓는 데다, 비까지 내려 모두가 자포자기했다.

경찰은 마지막 수단으로 열화상 탐지용 드론을 띄웠다. 기적처럼 실종 40시간 만에 집에서 2㎞ 떨어진 논두렁에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겨우 찾았다. 논에 벼가 제법 자라 있었고, 할머니가 쓰러져 물속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육안은 물론 드론의 열화상 탐지로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백구의 생체 신호가 드론에 탐지됐다. 백구가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40시간 동안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견 당시 백구는 할머니 품속에서 몸을 계속 비비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할머니의 극심한 저체온증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구는 유기견으로 떠돌다 3년 전 큰 개에게 물려 사경을 헤매는 것을 할머니 가족이 구해 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전에 키우던 반려견이 죽은 뒤 상심하고 있던 할머니도 백구를 만나 기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21-09-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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