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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42년 감옥 가도 아직 남은 ‘n번방 지옥’

조주빈, 42년 감옥 가도 아직 남은 ‘n번방 지옥’

최훈진, 김주연 기자
입력 2021-10-14 20:44
업데이트 2021-10-1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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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조주빈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인 ‘박사방’에 유포한 조주빈(25)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42년의 중형을 확정했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처음 적용된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그대로 인정됐다. ‘n번방’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자를 엄벌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지난 한 해 새로 생긴 피해자만 약 5000명에 이른다. 지금도 제2의, 제3의 n번방이 만들어지는 현실에서 경각심을 낮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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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서 유포한 조주빈에게 징역 42년형을 확정했다. 조씨가 지난해 3월 경찰에 붙잡힌 지 약 19개월 만이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서 유포한 조주빈에게 징역 42년형을 확정했다. 조씨가 지난해 3월 경찰에 붙잡힌 지 약 19개월 만이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는 14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범죄단체조직·살인예비·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전자발찌 부착 30년 등의 명령도 원심 판결 그대로 유지됐다. 조씨가 지난해 3월 16일 경찰에 붙잡힌 지 약 19개월 만에 단죄가 이뤄진 셈이다. 박사방 운영진 4명도 징역 7~13년이 확정됐다.

조씨는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수십 명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촬영하고, 이를 텔레그램에서 판매·유포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검찰은 조씨 등 박사방 운영진을 성 착취물 제작부터 유포까지 역할을 분담해 움직인 ‘범죄 집단’이라고 보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은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재판이 별도로 진행된 범죄수익 은닉 혐의까지 인정되면서 1심 형량은 징역 45년이 됐다. 두 사건을 병합한 2심에서는 징역 42년으로 감형됐다. 조씨가 피해자와 추가 합의한 점이 고려됐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5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대법원 판결 후 기자회견을 열어 “온라인 성범죄가 반인륜적 강력 범죄라는 입장을 (대법원이) 분명히 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박사방 등의 사태를 계기로 대법원의 양형기준이 강화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가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4973명의 피해자에게 제공한 상담·영상물 삭제 및 수사 지원 서비스는 17만 697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수는 2019년 2087명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범이 검거된 뒤에도 완전히 삭제되지 못한 디지털 성 착취물은 다시 온라인 공간에서 유포돼 2차 피해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겪은 A씨는 “다니던 회사는 피해자인 나에게 사직을 요청했고 지인은 연락을 끊기도 했다”면서 “범인은 검거됐지만 지금도 사진이 올라와 외국에서까지 협박이나 조롱하는 메시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서혜진(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양형이 강화됐음에도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디지털 성착취 범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는지, 불기소되는 사건은 없는지 꾸준히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1-10-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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