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원 ‘서울 복층 원룸’의 현실[이슈픽]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원 ‘서울 복층 원룸’의 현실[이슈픽]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12-09 14:19
업데이트 2021-12-09 14: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집주인이 ‘복층 원룸’이라던 4평짜리 원룸의 정체가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집공략’ 캡처
집주인이 ‘복층 원룸’이라던 4평짜리 원룸의 정체가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집공략’ 캡처
신장 180㎝가 넘는 사람이라면 잠을 잘 수 없는 ‘복층 원룸’이 있다. 집주인이 ‘복층 원룸’이라던 4평짜리 원룸의 정체가 공개됐다.

9일 온라인상에서 ‘복층인 듯 복층 아닌 복층 같은 원룸’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부동산 전문 유튜브 채널 ‘집공략’ 부동산 중개보조원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4평짜리 반지하 원룸을 소개하며 “주인분께서 복층이라고 말씀하셔서 영상을 찍는다”고 밝혔다.

“복층인듯 복층 아닌 복층 같은 원룸”
중개보조원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선 원룸에 복층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두꺼운 판이 벽에 설치돼 있고, 집주인은 이 판을 ‘복층’ 공간이라고 주장한 것이었다.

중개보조원은 “집주인이 복층이라고 말씀하셔서 왔는데 사실 저희 사무실에서도 여기를 복층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며 “벙커 침대 아니면 캣타워방이라고 한다”고 머쓱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 두꺼운 판은 성인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고, 침대 길이가 짧은 탓에 신장이 180㎝가 넘는 사람이라면 다리 혹은 머리가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

중개보조원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기 올라가서 주무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거 같다. 밑에서 주무시는 분들이 많더라”며 “장점은 공간을 분리해서 쓸 수 있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콘센트가 없어 밑에 있는 콘센트를 멀티탭으로 연결해서 휴대전화를 충전해야 한다”며 단점도 전했다.
집주인이 ‘복층 원룸’이라던 4평짜리 원룸의 정체가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집공략’ 캡처
집주인이 ‘복층 원룸’이라던 4평짜리 원룸의 정체가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집공략’ 캡처
역에서 도보 15분 거리…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원
해당 영상에 따르면 이 집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나온 매물이다.

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고, 다른 원룸에 비해 방 사이즈가 크게 나온 편이었다.

반면 분리 공간 외에 다른 공간의 컨디션에 대해서는 가격 대비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주방은 좁았지만 싱크대 상태 등은 깔끔했으며 화장실도 혼자 사용하기에 무난해 보였다.

중개보조원은 이런 점들을 언급하며 “공과금이 포함된 가격이라면 가격대에 비해 나쁘지 않은 방”이라고 평가했다.

“요즘 서울 원룸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네티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은 “우리는 이거를 선반이라고 부른다”, “180㎝ 넘는 사람이라면 잠을 잘 수 없는 ‘복층 원룸’”, “너무한다”, “차라리 ‘복층’ 단어를 빼면 더 잘 나갈 듯”,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등 반응을 보였다.
집주인이 ‘복층 원룸’이라던 4평짜리 원룸의 정체가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집공략’ 캡처
집주인이 ‘복층 원룸’이라던 4평짜리 원룸의 정체가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집공략’ 캡처
1인 가구의 절반은 ‘원룸살이’
최근 저출산과 핵가족화 심화로 ‘1인 가구’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인 가구의 절반은 ‘원룸살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30세대 1인 가구는 서울 관악구에, 50대 이상 1인 가구는 경기 부천에 가장 많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수는 664만 3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했다.

1인 가구의 절반(50.5%)은 주거면적 40㎡(12.1평) 이하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 평균 주거면적은 46.2㎡(14.0평)로 전체 가구 평균 주거면적 68.9㎡(20.8평)의 67.1%에 불과했다.
이미지 확대
대학생 30~40명이 묵던 하숙집, 층별 남녀구별 화장실 및 공동 샤워실을 갖춘 다세대주택, 전문화된 고시원, 필로티로 띄어진 원룸빌딩 등이 혼재된 대학동 고시촌 골목의 풍경.
대학생 30~40명이 묵던 하숙집, 층별 남녀구별 화장실 및 공동 샤워실을 갖춘 다세대주택, 전문화된 고시원, 필로티로 띄어진 원룸빌딩 등이 혼재된 대학동 고시촌 골목의 풍경.
서울 원룸가격, 최근 4년간 43% 급등
서울의 원룸가격은 최근 4년간 4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와 학업을 찾아 서울을 찾은 청년들의 주거부담은 더욱 커졌고, 청년 임대주택의 경쟁률은 매번 수백대 1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원룸의 월세 평균 가격은 2017년 기준 보증금 2067만원에 월37만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보증금 2509만원에 월 39만원으로 올랐다.

청년 주거난이 심화하자 정치권도 주거 관련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장기 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을 100만호 공급하고 일부를 청년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5년간 ‘청년 원가주택’ 30만호와 역세권 민간 재건축을 통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공급하는 ‘역세권 첫 집 주택’을 약속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