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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피격 공무원 유족 “정권 바뀌니 180도 다른 발표…文 직접 사과하라”

北 피격 공무원 유족 “정권 바뀌니 180도 다른 발표…文 직접 사과하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2-06-16 17:25
업데이트 2022-06-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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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친형 이래진씨 심경 밝혀

‘자진 월북 아냐’ 2년 전과 정반대 해경 발표
“누가 어떤 근거로 지시해 유족 유린했나”
“진실 은폐, 인권 유린… 진실 밝혀질 것”
“동생 아내·조카, 진실 밝혀져 많이 울어”
 “해경·안보실서 항소 취하·사과 전해 와”
“은폐 확인시 민형사상 법적 책임 물을 것”
질문 답변하는 북 피격 공무원 친형 이래진 씨
질문 답변하는 북 피격 공무원 친형 이래진 씨 2년 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A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해경 발표를 지켜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문재인 전 대통령 2022.6.16 청와대·연합뉴스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친형이 지난 24일 군이 제기한 A씨의 월북 가능성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A씨의 공무원증. 2020.9.25 친형 제공. 연합뉴스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친형이 지난 24일 군이 제기한 A씨의 월북 가능성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A씨의 공무원증. 2020.9.25 친형 제공. 연합뉴스
2020년 9월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사망 당시 47세) 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2년 전 조사 결과를 뒤집은데 대해 해경이 유감의 뜻을 밝힌 16일 A씨의 형 이래진씨는 “정권이 바뀌니 180도 다른 내용으로 발표를 한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정반대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진실 은폐”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수 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열람 불가능…尹 진실 규명 약속 감사”

이씨는 이날 경기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정부 발표를 지켜보며 “누가 어떤 근거로 이런 지시를 해서 우리 가족들을 유린했는지 알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늘 오전 해경과 국가안보실에서 여러 차례 연락이 와 정보공개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한다는 말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면서 “지난 2년여간 해경에서 억지 주장으로 인권을 유린해 왔으니 앞으로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해경이 도박빚으로 인한 자진 월북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공무원의 살해 상황 등이 포함된 자료들을 공개해달라고 해경과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지만 법원의 공개 판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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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9일 오전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당시 윤성현 수사정보국장이 ‘서해 소연평도 피격 공무원 사건’ 관련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해경은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뉴스1
2020년 9월 29일 오전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당시 윤성현 수사정보국장이 ‘서해 소연평도 피격 공무원 사건’ 관련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해경은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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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청에 항의문 전달하는 이래진씨
해경청에 항의문 전달하는 이래진씨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정보공개청구 신청서와 항의문을 해경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10.1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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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연수구 옥련동 인천해양경찰서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는 2020년 9월21일 북측 소연평도 해상 인근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중 실종됐고, 다음날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시신이 불태워졌다. 2022.06.16. 뉴시스
그러나 이날 인천해양경찰서는 언론 브리핑에서 2년 전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A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피격된 공무원의 월북 여부를 수사했으나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렇듯 정부와 해경이 도박 빚 등을 근거로 들며 A씨가 자진 월북했다던 2년 전 발표를 정반대로 뒤집자 반가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씨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나의 기관이 완전히 다른 말을 하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동생이 4.5노트(8.3㎞/h)의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헤엄쳤다는 자료까지 발표했었는데 과거엔 어떤 근거로 그런 억지 주장을 했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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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10호’ 해상 조사 마친 해경
‘무궁화 10호’ 해상 조사 마친 해경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5일 오후 해경의 조사를 위해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통지문을 통해 남측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2020.9.2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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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서 발견된 신발
선상서 발견된 신발 인천해양경찰서가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를 24일 조사한 가운데 배에서 A가 벗어 놓은 슬리퍼가 발견됐다.
연합뉴스
A씨는 2020년 9월 21일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고, 하루 뒤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이후 북한군은 시신을 불태워버렸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진실 규명에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다수의 자료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열람이 불가능해졌지만 현 정부는 최대한 협조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해줬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 진실 은폐 큰 책임”
“왜 한 가정을 이렇게 힘들게 했나”

A씨의 아내와 아들 역시 이번 발표를 반기고 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조카를 비롯한 가족들이 여러모로 정신적인 고통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야 진실이 일부 밝혀져 어제 많이 울었다”면서 “왜 한 가정 전체를 이리 힘들게 했는지, 무슨 이득을 보려 무엇을 은폐하려 했는지 알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등 전 정부 인사들이 이번 사건과 진실 은폐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피살 공무원 아들의 국가인권회 진정신청 기자회견’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모씨 유족 측을 대표해 이모씨의 전 부인이 입장을 밝히는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의 아들은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2020.11.20 뉴스1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피살 공무원 아들의 국가인권회 진정신청 기자회견’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모씨 유족 측을 대표해 이모씨의 전 부인이 입장을 밝히는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의 아들은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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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 보낸 친필 편지. 이래진씨 제공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 보낸 친필 편지. 이래진씨 제공
피격 당시 고2였던 A씨의 아들은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필 편지에서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 받아 마땅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면서 “나라의 잘못으로 오랜 시간 차디찬 바다 속에서 고통 받다가 사살 당해 불에 태워져 버렸다”고 비통해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당시 8살)과 저와 엄마는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면서 “한 가정의 가장을 하루 아침에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지적했다.

아들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를 조류를 거슬러 (헤엄쳐서)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평범한 가장이자 가정적인 아빠였다. 동생은 출장 간 줄 안다”고 원통해했다.

아들은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대통령님,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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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마친 문재인 전 대통령 ‘밝은 표정’
사전투표 마친 문재인 전 대통령 ‘밝은 표정’ 문재인 전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후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2.5.2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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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건에 대한 청와대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 10. 28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건에 대한 청와대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 10. 28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진실 은폐 확인되면 법적 조치 병행”

이씨를 비롯한 A씨 유가족은 오는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정부 발표에 따른 향후 대응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이씨는 “서둘지 않고 착실히 준비해서 어떤 기관이 어떤 식으로 오류와 은폐를 저질렀는지 따져볼 예정”이라면서 “그에 따라 확인되는 부분에 대해선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조치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靑 지침 하달 받아 시신 소각
‘확인’서 ‘추정’으로 최초 발표 변경”

한편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도 브리핑장에 나와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면서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사건 당시 언론 브리핑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북한군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북한군이 공무원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시신을 불태우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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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사과·책임자 처벌 촉구
北 사과·책임자 처벌 촉구 북한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를 사살한 후 시신을 불태운 데 대해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도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엄벌, 재발 방지 조치 등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방일보 제공
사건 직후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북한의 한국 공무원 살해 후 시신을 불태웠다며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자 북한은 청와대로 전통문을 보내와 해상에서 부유물에 매달려 있던 해당 공무원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사실이나 이후 시신을 불태우진 않았으며 코로나19 방역 우려로 부유물을 소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이날 배포 자료에서 “2020년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아 ‘시신 소각이 추정되며, 정확한 사실확인을 위해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함으로써 최초 발표에서 변경된 입장을 언론을 통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시신 소각 ‘확인’이라고 했다가 청와대의 지침을 받아 ‘추정’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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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연수구 옥련동 인천해양경찰서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는 2020년 9월21일 북측 소연평도 해상 인근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중 실종됐고, 다음날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시신이 불태워졌다. 2022.06.16.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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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답변하는 북 피격 공무원 친형 이래진 씨
질문 답변하는 북 피격 공무원 친형 이래진 씨 2년 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A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해경 발표를 지켜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6.1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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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윤형진 국방부 과장
인사하는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윤형진 국방부 과장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6.16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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