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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좇는 中에 힘을”… 서울서도 ‘백지시위’

“자유 좇는 中에 힘을”… 서울서도 ‘백지시위’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2-11-30 22:02
업데이트 2022-12-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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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해 홍대입구서 첫 집결

봉쇄로 화재 참사 희생자 추모
中대사관 폭행 우려 장소 변경
참가자 “3년간 쌓인 분노 터져
양국 악화에도 한국 응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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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장 우루무치 화재 사망자를 추모하고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가 30일 서울에서도 열렸다. 지난 24일 우루무치 화재로 봉쇄 중이던 주민들이 사망한 이후 한국에서 시위가 열린 건 처음이다.

중국인 유학생을 비롯해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추모 시위의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한국어, 중국어, 영어 버전의 포스터(사진)를 만들었다. 서울신문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참가자 8명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들은 이번 백지 시위의 경우 코로나19 초기 중국 정부가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제로 코로나에 이르기까지 최근 3년 동안 누적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간 봉쇄로 일부 지역은 먹을거리나 약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A씨는 “많은 사람이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없었다면 죽지 않았을 사람들”이라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중국 정부의 대응도 이들의 분노를 키웠다. B씨는 “제로 코로나로 인한 출입 통제가 사고를 키운 직접적 원인”이라면서 “어린아이까지 사망했는데 정부는 참사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SNS를 통해 확산하는 백지 시위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C씨는 “상하이 우루무치중루 거리 등에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였을 뿐인데 경찰이 해산을 요구하자 시민들은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외쳤다”면서 “친구는 경찰을 피해 도망쳤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잡혀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포스터에는 이런 마음이 오롯이 담겼다. 중국어 포스터에는 “꽃과 촛불, 백지,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와 달라”고 적혀 있다. 꽃과 촛불은 추모를, 백지는 ‘검열과 통제로 전해지지 못한 모든 말’을 상징한다.

추모 참가자들에 대한 보복 등 안전 문제를 우려해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자신을 보호하세요”라는 문구도 추가했다. 집회에서도 개인 정보를 나누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서울은 중국과 거리가 가까운 데다 가족이 있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해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당초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영국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자가 폭행당한 사건 등을 고려해 많은 사람에게 현실을 알릴 수 있는 홍대 입구를 택했다고 한다.

백지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인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D씨는 “최근 양국 관계가 좋지 않고 한국 언론에 중국 관련 뉴스가 나오면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는 댓글이 많았는데, 이번엔 자유를 좇는 중국인들을 응원하는 걸 보고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제로 코로나가 끝나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것이다. 많은 중국인이 자유를 원한다는 걸 알리고 싶다”면서 “부디 언론 자유를 비롯한 자유와 인권을 찾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했다.
김주연 기자
2022-12-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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