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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만 수박 먹고 나한텐 안 권해 괘씸”…민원제기한 지역민 ‘시끌’

“공무원들만 수박 먹고 나한텐 안 권해 괘씸”…민원제기한 지역민 ‘시끌’

윤예림, 신진호 기자
입력 2023-06-01 16:15
업데이트 2023-06-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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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이 모여 수박 먹는데, 권하는 공무원 없었다”
해당 민원글, 조회수 1만회 넘어…비판 쏟아지기도
“공무원도 귀한 자식이고 누군가의 부모” 지적
“수박 한 조각이라도 건네는 게 힘든가” 공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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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자료 이미지. 픽사베이
수박 자료 이미지.
픽사베이
“단 한명의 공무원도 수박 하나 권하지 않았다.”

충남 서산의 한 면사무소를 찾은 시민이 수박을 먹고 있던 공무원들이 자신에게는 권하지 않았다며 불만글을 올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산시청 홈페이지 시민참여 게시판에는 ‘제가 고향에서 이런 대접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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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의 한 면사무소를 찾은 시민이 수박을 먹고 있던 공무원들이 자신에게 권하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서산시청 홈페이지
충남 서산의 한 면사무소를 찾은 시민이 수박을 먹고 있던 공무원들이 자신에게 권하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서산시청 홈페이지
작성자 A씨는 “오랜만에 방문한 면사무소였다”면서 “10명 정도가 모여서 수박을 먹고 있었고 민원인은 저 혼자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단 한명의 공무원도 자기 지역민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질 않았고, 수박 하나 권하는 공무원이 없었다”면서 “10명은 나이대가 다양했는데도 모두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자식들이 아니라는 게 안심이 될 정도로 그 순간 그들이 부끄러웠다”며 “저런 것들을 위해 내가 세금을 내고 있구나 싶어 괘씸했다”고 적었다.

A씨는 “똑똑한 친구들이라 사태를 파악해서 일(민원) 처리는 빠르게 진행됐으니 다행이었다”면서 “대민봉사가 뭔지도 모르는 우리 다음 세대를 보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수박껍질을 정리하는 공무원이 자신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면서 “일말의 양심은 있었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이게 부모 교육의 문제일까요, 공무원 교육의 문제일까요”라면서 “연수는 왜 받으러 가나. 아무것도 배워오는 게 없는 것 같고만”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A씨의 글은 1일 오후 3시 기준 1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게시판에는 A씨의 의견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답변을 작성한 박모씨는 “공무원들이 홀대한 것도 아니고, 수박 한통 먹다가 민원인에게 권하지 않았다고 부모 욕까지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수박 못 드셔서 배탈 나신 것 같다.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고 업무 처리 빨리 하셨다니 노여움을 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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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의 한 면사무소를 찾은 시민이 수박을 먹고 있던 공무원들이 자신에게 권하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서산시청 홈페이지
충남 서산의 한 면사무소를 찾은 시민이 수박을 먹고 있던 공무원들이 자신에게 권하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서산시청 홈페이지
그러자 A씨는 반박했다. 그는 “수박 못 먹어서 미친× 됐다”면서 “제가 말하는 요지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자신을 영양사에 자영업 20년 차라고 소개했다.

A씨는 “제가 아무나인가. 엄연히 일을 보러 간 지역민인데, 눈치 보면서 수박 씹어 먹는 게 맞나. 지역 공무원이 왜 존재하나. 지역 주민들의 손발이 돼주라고 나라에서 돈 주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A씨를 향한 비판 글을 연이어 게시했다. 한 누리꾼은 “애초에 공무원이면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신 것 같은데 공무원도 집에 가면 귀한 자식이고 누구의 부모다”라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여러모로 고생이 참 많다. 파이팅”, “귀담아듣지 말고 더운 날 수박 더 드시고 힘내시라”며 면사무소 직원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박 한 조각이라도 건네며 말 거는 게 힘든가”라며 A씨를 옹호하기도 했다.

서산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시민참여 공간이자 건전한 공론의 장이 돼야 할 곳”이라면서 “서산시의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많은 시민의 폭넓은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나 건전한 사회통념 수준에서 용인되지 않는 모욕적인 언사를 게재하는 건 당사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적극적인 협조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서산시청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예림 인턴기자·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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