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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서 유학 韓여대생 피랍…한달만에 숨진채 발견

필리핀서 유학 韓여대생 피랍…한달만에 숨진채 발견

입력 2014-04-09 00:00
업데이트 2014-04-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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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타고 친구 만나러 가다가 납치된 뒤 시신으로 발견

필리핀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여대생이 괴한들에 납치된 후 한 달여 만에 피살된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피살된 것은 올들어 벌써 4번째다. 특히 마닐라 지역에서 우리 유학생이 납치돼 피살된 사건은 처음 발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지난달 3일 필리핀 마닐라 지역에서 한국인 여성 유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그동안 필리핀 경찰에 총력 수사를 요청하고 최선을 다해 석방 노력을 했으나 오늘 새벽 납치범 은거지에서 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피랍된 우리 국민의 시신을 남동생이 확인한 결과 육안으로는 신원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복장은 피랍자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필리핀 경찰은 DNA 및 치과진료 기록 확인을 위한 협조를 우리 측에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피해자는 유학생 이모(23)씨로, 지난달 3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피랍됐다. 필리핀 수도권인 파사이에 거주하는 이씨는 마닐라 소재의 대학에 재학 중이며 수년간 필리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랍 사실은 이씨와 만나기로 한 친구가 같은 날 저녁 9시께 납치범으로부터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으면서 확인됐다.

이씨 친구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의 담당 영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담당 영사가 필리핀 경찰에 신고하면서 필리핀 당국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사는 필리핀 경찰의 납치전담팀이 담당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필리핀 경찰의 ‘코리안 데스크(한국인 관련 범죄 전담 대응팀)’에 파견된 한국 경찰 1명도 여기에 참여했다.

납치범들은 납치 직후인 지난달 5일까지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10여 차례 걸어왔다. 이 과정에서 이씨와 우리 측과의 통화도 이뤄졌다. 그러나 납치범들은 이후 10일까지 연락을 끊었다.

납치범 중 1명이 이후 연락을 재개했지만, 이씨의 안전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우리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이씨와의 통화가 다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씨와의 직접 통화가 마지막으로 됐던 지난달 5일 저녁에는 이씨가 피랍될 당시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시가 발견됐지만 이 택시에 납치범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총격을 입은채 숨진채로 발견돼 납치범들 간의 내분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제기됐다.

당시 택시는 발견됐지만 택시 기사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아 택시기사도 납치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필리핀 납치전담반은 지난달 10일 이후 계속 문자와 전화로 연락을 해온 납치범 1명을 검거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했다.

납치전담반에 파견된 한국 경찰은 이씨의 친구로 가장해 납치범에 2차례 접근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 경찰이 납치될 뻔한 위기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지난 8일 오후에 다시 납치범 접촉을 시도해 검거에 성공했다.

필리핀 경찰은 이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차량을 몰고 1시간∼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이 납치범의 은거지를 수색해 이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검거된 납치범은 필리핀인으로 알려졌다. 납치범은 이번에 검거된 1명을 포함해 적어도 3명 이상이 될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납치범들은 한국인을 특정했다기보다는 금품을 노리고 범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리 정부는 분석했다. 이씨는 납치범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피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납치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4일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개최했으며 같은 달 10일에는 이정관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를 현지에 급파, 필리핀 측에 신속한 석방을 위한 총력적인 노력을 요청했다. 이달 초에는 이명렬 재외동포영사국장이 필리핀을 방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필리핀 경찰의 납치전담팀과 우리 경찰이 최선을 다해 안전한 석방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리핀 유학생 사회에 안전을 유의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는 교민을 포함해 8만명 정도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유학생이 3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에도 한국인 1명이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필리핀에서는 우리 국민과 관계된 강력사건이 최근 빈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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