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상담 중 제의… 5차례 건네 문제 입수한 학생, 대입엔 실패
서울의 한 사립여고 교사가 학부모에게 돈을 받고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사립여고 국어교사 A(57)씨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또 학교에 수사관들을 보내 교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시험지 관련 자료와 학생들의 성적표 등을 확보했다.
A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B양에게 보여 주고 학부모로부터 모두 2000여만원을 받는 등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학부모로부터 수백만원씩 현금으로 받거나 계좌로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계좌추적과 통신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A씨가 B양 외 학생 2~3명에게도 미리 시험문제를 건넨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진학 상담을 맡았던 A씨는 2012년 초 2학년이 된 B양 부모와 상담하다가 “시험문제를 알려 주겠다”면서 먼저 범행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이후 3학년 1학기까지 A씨로부터 시험문제를 받았지만 대학 진학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완성된 시험지를 보여 주고 나서 바로 회수하거나 시험문제를 따로 정리한 문서를 아예 건네주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자신이 가르치지 않는 수학, 영어 과목의 시험지를 구하기 어려울 때는 B양에게 해당 과목 교사를 연결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외에 다른 과목 교사들도 B양에게 출제 유형을 알려 주거나 문제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6-13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