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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원인은 용접 불꽃…공사 빨리하려다 화 불렀다

이천 화재 원인은 용접 불꽃…공사 빨리하려다 화 불렀다

손지민 기자
입력 2020-06-15 10:31
업데이트 2020-06-1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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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천 물류센터 화재 중간 수사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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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발생 이틀째인 30일 현장 근처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가족 대기실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주저앉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오열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발생 이틀째인 30일 현장 근처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가족 대기실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주저앉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오열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 4월 29일 경기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은 용접 작업시 튄 불꽃이라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공사기간을 단축하려고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돼 작업하는 등 안전관리 수칙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38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컸다고 분석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5일 이천경찰서에서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건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원인과 인명 피해에 책임이 있는 공사 관계자 24명(발주자 5명, 시공사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책임이 무거운 9명(발주자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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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0.4.30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30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0.4.30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공사기간 단축하려 평소 2배인 67명 투입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과 화재감식, 외부 전문가 의견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했을 때 화재 원인은 사고 당일 오전 8시 시작된 지하 2층 저온창고 산소용접 작업으로 추정됐다. 용접 중 튄 불꽃이 천장과 벽체 마감재 안에 있던 우레탄 폼에 옮아붙으면서 빠르게 번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공사기간을 단축하려고 화재 당일 평상시보다 2배 많은 67명의 노동자가 투입돼 인명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상 2층 조리실에서 주방 덕트와 소방배관 작업 중이던 12명의 노동자가 모두 사망했다. 엘리베이터 작업은 5월 초순 시작해 6월 15일까지 완료할 예정이었는데 일정이 당겨지면서 사고 전날부터 노동자 3명이 투입됐고 이들 모두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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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2020.4.30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3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2020.4.30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화재경보기도 없어…대피 타이밍 놓쳐
경찰은 화재와 폭발 위험이 있는 우레탄 폼 발포 작업과 용접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등 안전관리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점도 짚었다.

경찰 관계자는 “비상유도등, 간이 피난 유도선 등 임시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특히 비상 경보장치가 없어 불이 처음 난 지하 2층 외에 다른 층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는 화재를 빨리 알아채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용접 작업시 갖춰야 하는 방화포와 불꽃 불티 비산방지 조치도 없었으며 2인 1조로 해야 하는 화기작업 필수 조건을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6일 오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참사 분향소에서 열린 합동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참사 분향소에서 열린 합동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화문 자리에 벽돌 쌓아…노동자 4명 참변
안전을 도외시한 설계 변경도 화를 키웠다. 방화문을 설치할 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함으로써 대피로가 차단된 바람에 지하 2층의 노동자 4명은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또 지상 1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된 옥외 철제 비상계단은 설계와 달리 외장을 패널로 마감해 화염과 연기의 확산 통로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된 공사기간 단축과 관련한 주요 책임자들을 집중 수사하고 공사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연합뉴스.
재하도급, 건축자재 관련 부정거래와 형식적인 감리제도 등 잘못된 공사 관행에 대한 법 제도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수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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