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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의 여왕 다이아몬드, 실험실 주름잡다

보석의 여왕 다이아몬드, 실험실 주름잡다

입력 2012-03-20 00:00
업데이트 2012-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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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만큼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변치 않는 영원함’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는 희소성과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보석으로 그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땅속에서 얻어지는 모든 종류의 암석 중 가장 단단하다. 이 때문에 금강석(剛石)으로 불린다. 다이아몬드는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는 다이아몬드 원석은 유리에 가까운 조그마한 돌조각에 불과하다. 이를 찾아내고 연마해 순수한 다이아몬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희생이 뒤따른다. 또 독재자들이 내전을 벌이고, 주민들을 무참히 살육하면서 얻은 다이아몬드에 ‘블러디 다이아몬드’(피묻은 다이아몬드)라는 참혹한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보석의 왕인 다이아몬드가 최근 실험실에서도 인기다. 물론 반지로 만들어 끼거나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지하 200㎞ 이상의 뜨거운 맨틀에서 10억년 이상의 긴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다. 이때의 온도는 최소 1500도 이상, 압력은 50kb로 성인남자 4000명의 무게로 밟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맨틀의 마그마가 갑자기 솟아오르면서 킴벌라이트(화산암)에 담겨 지상에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옮겨지면 이를 캐내는 것이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다이아몬드는 연간 1억 3000만 캐럿 정도다. 1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캐내기 위해서는 1500t의 흙을 파내야 한다.

◆매년 인조 다이아 10만㎏ 생산

다이아몬드는 순수한 탄소덩어리다. 탄소 원자들이 전자를 공유하면서 만들어진 정사면체가 연결된 형태다. 물론 탄소가 모였다고 모두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탄소가 평면 6각형으로 결합되면 새까만 흑연이 된다. 가장 단단한 다이아몬드와 잘 부러지는 약한 물질의 대명사인 흑연이 실제로는 같은 족보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차세대 반도체소자로 각광받고 있는 그래핀이나 탄소 원자 60개가 축구공 모양으로 결합된 ‘풀러렌’, 속이 빈 긴 대롱 모양인 탄소 나노튜브 역시 모두 탄소만으로 이뤄진 물질이다. 이처럼 탄소라는 같은 원소로 만들어졌지만, 성질은 전혀 다른 물질들을 동소체(同素體)라고 부른다.

◆감정사도 속을 만큼 감쪽같아

과학사에 다이아몬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중세 유럽이다. 이 당시 유럽에서는 실험실에서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을 만들기 위한 ‘연금술’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마술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방법들이 난무하는 와중에 일부 과학자들은 오늘날 화학과 물리학의 토대가 되는 발견도 우연찮게 얻었다. 예를 들어 1772년 앙톤 라부아지에는 다이아몬드를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검은 흑연을 거쳐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점을 발견해 냈다. 800도 이상에서는 다이아몬드를 구성하고 있는 탄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면 연소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이아몬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강도’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다이아몬드를 자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다이아몬드뿐이었다. 이 때문에 각종 공업용 물질의 가공에 보석용으로 쓸 수 없는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대거 사용되기 시작했고,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무기 등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다이아몬드 수요가 급증하고 관련 산업이 급성장했다. 다이아몬드를 실험실에서 만들어 내려는 오랜 노력 역시 결실을 맺고 있다. 자유롭게 고온과 고압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천연 다이아몬드와 똑같은 인조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인조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점차 낮아지고 있고, 감정사들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정교해졌다. 일각에서는 성분과 모양이 똑같기 때문에 ‘인조’가 아닌 ‘양식’ 다이아몬드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연이 수십억년에 걸쳐 해낸 일을, 이제 사람은 불과 며칠 만에 더 훌륭하게 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최근엔 스마트폰 등 필수부품으로

물리적인 경도로만 주목받아 온 다이아몬드는 최근 ‘실험실의 여왕’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노(1㎚=10억분의1m) 과학이 각광받으면서 다이아몬드의 새로운 장점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에서 발표된 실험 결과는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대폭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르곤 연구소의 아니루아 수먼트 박사는 다이아몬드를 나노 단위로 쪼개 얇은 필름을 만들어 특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다이아몬드 필름은 열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기기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학계는 물론 기업들은 ‘더 작은’ 전자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소형화는 ‘열 병목현상’으로 불리는 현상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전자의 이동은 열을 만들어 내는데, 부품이 점점 작아질수록 열은 좁은 면적에 집중되게 마련이다. 결국 소형 전자제품은 대형 전자제품에 비해 열이 더 많이 발생해 부품의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손상을 입게 되는 문제가 있다. 수먼트 박사팀의 연구는 다이아몬드 필름이 열을 급격히 줄이면서 전체적인 제품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수머트 박사는 “다이아몬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온도는 800도에 이르지만, 반도체에 사용할 경우 최고 온도는 400도를 넘지 않는다.”면서 “다이아몬드 필름을 활용해 새로운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르곤 연구소 연구진은 이와 함께 다이아몬드 필름과 질화갈륨을 조합해 고성능 발광 다이오드(LED)를 만들었다.

그 결과 다이아몬드 필름을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얇은 LED의 전반적인 온도가 획기적으로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아몬드 필름이 전자학계와 기업들의 고민을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전자제품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야 할 필요는 없다. 인조 다이아몬드 생산량은 매년 10만㎏이 넘는다. 다이아몬드가 선망의 대상이 아닌, 우리 주변의 필수적인 소재로 취급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2-03-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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