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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네트워크 ‘앤터넷’을 아시나요 인터넷·웹 원리와 ‘닮은꼴’이랍니다

개미의 네트워크 ‘앤터넷’을 아시나요 인터넷·웹 원리와 ‘닮은꼴’이랍니다

입력 2012-10-09 00:00
업데이트 2012-10-0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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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탠퍼드대 고든 교수 연구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연구원이었던 팀 버너스 리 박사는 1989년 3월 상사에게 ‘정보관리 제안서’라는 문서 하나를 제출했다.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컴퓨터를 연결하자는 이 아이디어는 곧 받아들여졌고, 1년 뒤 유럽 내 핵물리학자들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불과 20년 후인 오늘날 인류는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나 휴대전화만 있으면 세계의 모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리 박사가 만든 것은 1960년대 미 국방부 내부 네트워크로 개발된 인터넷이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결정적 열쇠가 된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었다.

●개미가 인터넷의 원조?

이런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 웹의 원조가 사람이 아닌 개미라는 학설에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불과 20년 전에 월드 와이드 웹을 발명한 인류가 수백만년간 지구상에 살아온 개미에 앞서 인터넷을 발명했다고 주장할 수 없는 셈이다. 데보라 고든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모임에서 “개미 사회를 연구한 결과, 이들의 네트워킹 방식이 인터넷 및 월드 와이드 웹의 원리와 아주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8000여 마리의 개미와 함께 살면서 개미 사회를 연구해온 고든은 이 같은 개미의 네트워크를 ‘앤터넷’(anternet)으로 명명했다. 고든은 같은 대학의 컴퓨터공학자인 바라지 프라브하카 교수와 함께 인터넷과 앤터넷의 유사성 연구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개미가 먹이를 수확하기 위해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이 정보를 보내고 받는 인터넷의 핵심 알고리즘인 TCP와 거의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터넷과 개미사회의 가장 큰 공통점은 거대한 시스템을 움직이는 ‘머리’나 ‘중앙통제시스템’이 따로 없다는 점. 누가 감독하지도 않고 지시하는 존재도 뚜렷하지 않지만 시스템은 그 자체로 원활하게 돌아간다. 인터넷이 서버 단위로 구성된 소규모 네트워크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알아서 수행하듯 개미 역시 자신과 같은 존재인 주변과의 간단한 의사소통만으로 자신의 할 일을 척척 해낸다. 간혹 부분적인 오류가 있지만 전체 단위로 놓고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도 같다.

개미는 먹이를 구할 때 다른 개미가 가져온 먹이를 빼앗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개미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빠른 경로로 먹이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만 관심을 쏟는다. 한번 먹이를 발견하면 신속하게 귀가한다. 특히 먹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개미의 이동속도는 더 빠르다. 이는 인터넷의 원리와 놀랄 만큼 닮았다. 정보를 보내기 위한 전파 대역 폭을 최대한 줄이는 반면 정보의 밀집도를 높이는 것이 인터넷의 핵심 알고리즘이다. 심지어 개미는 먼저 나간 개미의 귀환 속도가 늦어지면 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다른 쪽에서 먹이를 찾는다.

실제로 고든 교수가 먹이를 구해 돌아오는 개미 중 일부를 집이 아닌 곳에 격리하자 다른 개미들이 다시 먹이를 구하는 행렬에 동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내고 받는 정보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인터넷이 다른 경로를 찾고, 특정 대역이 비면 그곳에 더 많은 정보를 보내는 것과 같은 행동 양식이다.

●‘서버단위’ 네트워크로 구성

또 20분간 앞선 개미가 돌아오지 않으면 아예 먹이 탐사가 중단되기도 한다. 이는 인터넷이 송신자의 정보 전송이 멈추면 네트워크에서 자동으로 로그아웃되는 것과 흡사하다. 누군가의 명령이 없는 상황에서도 명확한 예측과 시스템에 의해 개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고든 교수는 “만약 개미사회를 미리 알았더라면 수많은 수식을 동원해 알고리즘을 짜는 수고가 필요없었을 것이며, 더 발전된 인터넷의 등장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응용과학 분야에서는 개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생물학 전공자 중 상당수가 수리과학이나 금융수학 연구소에 몸담고 있다. 이들은 개미들의 움직임을 패턴화시킨 프로그램을 만들어 불규칙 속에서 규칙성을 찾거나, 효율적인 네트워크 설계에 이용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2-10-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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