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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방음벽은 새들의 무덤’...봉사단체, 충돌방지에 팔 걷어

‘투명방음벽은 새들의 무덤’...봉사단체, 충돌방지에 팔 걷어

김병철 기자
입력 2020-11-14 11:02
업데이트 2020-11-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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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미사지구에서만 1년간 210마리 폐사…방음벽 84m 구간 개선작업
태백 동점산업단지서도 조류충돌사고 잇따라...대책 마련 시급

조류충돌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태백시 동점산업단지 진입로 투명방음벽. 연합뉴스
조류충돌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태백시 동점산업단지 진입로 투명방음벽. 연합뉴스
“많은 새들이 투명한 방음벽에 부딪혀 안타깝게 죽어가고 있는데 그냥 둘 수 있나요.”

경기도 자원봉사센터와 하남시자원봉사센터가 14일 하남시 미사중학교 일대 투명 방음벽 84m 구간에서 방음벽 개선작업을 벌였다.

이날 자원봉사자 70여명은 투명 방음벽에 가로 5㎝, 세로 5㎝ 간격으로 점이 찍혀 있는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필름을 부착했다.

이들이 방음벽 개선작업을 벌인 구간은 방음벽 조류 충돌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지역이다.

해당 구간에서 그동안 조류충돌 피해를 모니터해온 한 자원봉사자가 지난 1년간 조사한 결과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폐사한 조류가 210여 마리에 달한다고 자원봉사센터 측은 밝혔다.

하남시 미사지역은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투명한 유리벽이 곳곳에 설치돼 조류충돌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태백 동점산업단지 진입로 투명방음벽 아래에서 발견된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폐사체. 연합뉴스
태백 동점산업단지 진입로 투명방음벽 아래에서 발견된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폐사체. 연합뉴스
눈이 머리 측면에 있는 새는 전방 구조물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유리 등 투명한 구조물의 인지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조류 이동이 잦은 한강과 인접해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역은 새들에게 일종의 ‘킬링필드’인 셈이다.

투명방음벽 조류충돌 문제는 이곳 뿐만은 아니다.

강원 태백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새들이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죽어간다”는 민원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태백시 동점동 동점산업단지 인근에 산다는 시민 A씨는 “매일 아침 산책 때마다 동점산업단지 진입구에 설치된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들을 목격한다”며 “폐사체가 많을 때는 20마리도 넘었다”고 말했다.

투명방음벽은 동점산업단지 진입로와 진입로 아랫마을 사이에 길이 180m, 높이 2∼3m 규모로 2018년 설치됐다.

동점산업단지 주변은 울창한 숲이고, 마을 건너편은 하천이다. 즉 수분 섭취 등을 위한 새들의 이동 경로 사이를 투명방음벽이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태백시 관계자는 “투명방음벽에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붙이는 등 피해 저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및 하남시 자원봉사센터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14일 오후 하남시 미사중학교 일대 투명 방음벽 구간에서 방음벽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제공
경기도및 하남시 자원봉사센터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14일 오후 하남시 미사중학교 일대 투명 방음벽 구간에서 방음벽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제공
권석필 경기도자원봉사센터장은 “더 이상의 무의미한 조류의 죽음은 없어져야 생태계 교란을 막고, 새들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연간 약 800만 마리가 충돌로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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