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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Health Issue] 침묵의 간질환 ‘C형 간염’

[Weekly Health Issue] 침묵의 간질환 ‘C형 간염’

입력 2012-11-05 00:00
업데이트 201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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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만성화… 더 무서운 건, 백신이 없다

보건·의료계 안팎에서 C형 간염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간염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A·B형과 달리 C형은 계속 증가하는 데다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별다른 예방책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C형 간염은 A·B형에 비해 훨씬 인지도가 낮다. 이런 탓에 전체 감염자의 80∼90%가 만성 간질환으로 발전하며, 이 가운데 많게는 5%가 간경화나 간암으로 사망한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실태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건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B형 간염의 공포가 생생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C형 간염의 문제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로부터 듣는다. 인터뷰에는 김도영 교수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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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 C형 간염 위험경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C형 간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세브란스병원 간암조기진단클리닉에서 의료진이 초음파로 간을 검사하는 장면.
의료계에서 C형 간염 위험경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C형 간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세브란스병원 간암조기진단클리닉에서 의료진이 초음파로 간을 검사하는 장면.
●C형 간염이 왜 문제가 되나

일단 감염되면 만성으로 진행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병증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며, 저절로 회복될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여기에다 자각증상이 없어 감염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환자가 많지만 국가나 직장 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이런 가운데 발생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C형 간염은 A·B형과 어떻게 다른가

C형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은 성인의 경우 A형에 비해 임상적 양상은 덜 심하지만 만성화할 경우 B형보다 가벼운 상태에서도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또 진행이 빠르지는 않지만 자연회복이 잘 안되고, 병증이 서서히 진행해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감염 사실을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발생 추이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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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협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한광협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최근의 조사 결과, 국내의 C형 간염 항체 양성률은 지역·성별·연령을 보정할 때 0.8%로 몽골이나 유럽, 일본보다 다소 낮지만 60세 이상의 경우 유병률이 1∼2%나 되는 등 점차 높아지고 있다. B형 간염에 비해 간경변과 간암 발생 연령이 상대적으로 고령이며, 대부분 성인기에 감염되어 진행되기 때문이다. 남녀 간의 유병률 차이는 거의 없다.

●이런 추이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과거 C형 간염의 원인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전에는 이를 ‘수혈 후 간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주로 감염된 혈액을 통해 전파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노인층에서 수혈과 관련된 감염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1회용 주사기 사용이 일반화되기 전에 오염된 주사기를 통해 전파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지고, 수혈 전 검사를 통해 감염 혈액을 걸러내기 시작하면서 수혈 감염은 현저히 준 반면 비위생적인 문신이나 침술, 피어싱, 마약 등 습관성 의약품의 남용, 불건전한 성생활이 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인이 특히 경계해야 할 전파 경로는.

앞서 말했듯 C형 바이러스는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오염된 의료기구나 불건전한 성생활, 정맥주사를 사용하는 마약 남용자 등이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또 문신이나 피어싱 등 피부에 상처를 내는 비의료적 시술을 받는 경우도 위험군으로 본다.

●다른 유형과 비교하면 증상은 어떤가

C형은 B형과 달라 급성이라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 급성 B형의 경우 흔히 몸살감기, 심한 피로감 등이 나타나지만 급성 C형은 이와 다르다. 그러면서 서서히 만성으로 진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검사 및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C형 간염 항체검사에서 양성이면 바이러스가 체내에 있거나 체내에 들어왔다 회복되었다는 증거다. 따라서 이 경우 환자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직접 검출하는 HCV RNA PCR검사를 해야 한다. 이때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C형 간염으로 확진한다. 항바이러스 치료를 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바이러스의 유전자형 등을 확인해 치료 반응도와 치료기간을 예측하며, 동시에 간기능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간의 염증 상태나 기능을, 초음파검사를 통해 간경변증으로의 진행 유무를 파악해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예후는 어떤가

치료를 위해서는 면역증강제인 페질레이티드 인터페론을 주사하고 리바비린을 복용해야 하는데 바이러스 유전자가 1형이면 12개월, 2·3형이면 6개월 치료가 기본이다. 국내의 경우 유전자 1형이 55%, 2·3형이 45% 정도를 차지하는데 1형을 12개월 치료하면 70∼80%의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으며, 2·3형은 80∼90%의 높은 치료율을 보인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높은 치료 성공률이다. 특히 이런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을 경우 최근 미국 FDA가 허가했고,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보세프리비르’나 ‘텔라프리비르’등의 항바이러스제를 병용하면 치료효과를 20∼30%나 높일 수 있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바이러스의 특정 부위를 공격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임상연구가 진행 중인데, 부작용 등으로 인터페론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C형간염과 관련해 제도·정책적 문제는

과거에는 치료약이 없다고 여겨 C형 간염임을 알면서도 방치했다가 치료가 어려운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았다. 실제 환자수보다 치료받는 환자가 매우 적은 것은 이런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C형 간염이라도 AST·ALT 등 간수치가 정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가 건강검진에서 간수치가 정상인 사람도 C형 간염 항체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성인의 경우 생애 한번씩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C형 간염의 특성을 고려할 때 50세 정도에서 한번은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50세 전이라도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은 직장검진 등에서 이를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또 인터페론 치료환자가 재치료를 받을 때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데, 새로운 치료제의 임상효과가 확인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큼 보험을 확대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2-11-0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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