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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의사의 가운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의사의 가운

입력 2012-12-03 00:00
업데이트 2012-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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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의사가 ‘지존’이고 그런 의사를 의사답게 하는 소도구가 바로 흰 가운입니다. 막상 가운을 벗으면 의사인지 환자인지 구분하기도 어렵지요. 직분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가운은 그 자체가 의사의 ‘권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운의 권위를 빌려 보다 효율적으로 질병의 고통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겠지요. 위생상의 문제도 있지만 그건 별로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각종 TV 프로나 광고에도 의사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하나같이 흰 가운에 청진기를 목에 두른 모습입니다. 실제로 병원에서야 초보 아니면 목에 거추장스럽게 청진기를 걸치고 다니는 의사는 흔치 않습니다. 그냥 둘둘 말아 주머니에 넣으면 되니까요. 그런데도 한사코 청진기를 앞세웁니다. 그런 모습이 과시욕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발관의 이발사도 흰 가운을 입습니다. 이발사는 가위를, 의사는 청진기를 들었다는 점이 다르겠지요. 의사들이 그런 유사성에 차별의 포인트 하나쯤 두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를테면 가운으로는 다 설명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겠지요. 하기야 의사의 원조가 중세의 이발사였으니 적어도 가운의 역사는 의사보다 이발사의 것이라는 게 더 걸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진료의 질이고 환자에 대한 애정입니다. 자기 분야에서 적당히 무능한 의사, 환자에게 애착도 없고 환자를 돈으로만 셈하려는 의사, 건강보험 급여를 부당하게 빼먹으려고 잔머리 굴리거나 비급여 치료에만 골몰하는 일부 의사들이 흰 가운의 권위 속에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눈부시게 흰 가운이 항상, 모든 것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한두명의 환자라면 몰라도 많은 환자를 오랫동안 속이기는 어렵습니다. 헐렁한 면티셔츠가 가운보다 못할 이유가 없는데 엉뚱한 생각으로 가운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의사 자신에게도 환자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아인슈타인이 그랬다지요. “안에 든 고기보다 포장지가 더 낫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다.”

jeshim@seoul.co.kr



2012-12-0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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