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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자식작용’으로 암세포 죽인다

과잉 ‘자식작용’으로 암세포 죽인다

입력 2013-12-30 00:00
업데이트 2013-12-30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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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진 교수팀, 세포 스스로 불필요한 부분 먹어치우다 사멸 유도

세포가 자신의 불필요한 성분을 스스로 먹어치우는 ‘자식작용’을 인위적으로 유발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새로운 표적치료제 후보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의생명연구소 황정진 교수팀은 자식작용이 과잉 발생하면 세포가 죽는 현상에 착안, ‘BIX-01294’(이하 BIX)라는 화학물질로 암세포의 과잉 자식작용을 유도함으로써 암세포를 대량 사멸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2400여개의 생체 관련 화학물질 중에서 자식작용 유발 효과가 높은 BIX를 선별, 이를 유방암 세포주와 정상적인 유선 상피세포주에 10㎛(마이크로몰라) 농도로 24시간 동안 배양했다. 이어 세포생존율 측정기법을 적용해 세포 사멸효과를 측정한 결과, 암 세포주에서 정상 세포주 대비해 50% 이상 많은 암세포가 사멸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BIX가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G9a’효소를 억제하고, 세포 내의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암세포의 과잉 자식작용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다. 실제로 G9a효소의 발현 정도가 28배나 높은 유방암·대장암 환자의 종양세포를 배양, BIX로 처리한 결과 암세포가 100% 사멸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대부분의 암 치료제가 불필요한 세포를 자살하도록 명령하는 세포자살 유도와는 접근 방식이 달라 주목된다. 암세포의 경우 세포자살과 관련된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 세포자살이 잘 일어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세포의 자식작용을 유도하는 방식을 항암제 개발에 적용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돼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의학회지 ‘자식작용’(인용지수 12.042)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황 교수는 “자식작용을 경유한 세포사멸 원리가 향후 항암제 개발 등 임상에 성공적으로 적용되면 암환자들이 겪는 부작용과 이상 반응을 최소화해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3-12-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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