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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기소’로 새 국면 맞은 국제성모병원 사태

‘약식기소’로 새 국면 맞은 국제성모병원 사태

입력 2015-11-05 10:29
업데이트 2015-11-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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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이후 노조 및 노동단체와 병원의 극한 갈등 양상을 보여왔던 국제성모병원 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이 이번 갈등의 핵심인 진료비 허위·부당청구건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병원 측은 검찰의 결정 직후 “그 동안 노동단체 측이 제기한 문제와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으며, 이로써 이번 사태와 관련된 노동단체 등의 주장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갖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보건의료노조는 “이해할 수 없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황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추가 혐의가 없는 한 검찰의 재수사는 기대할 수 없어 이번 사태는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최근 ‘국제성모병원의 진료비허위부당청구 및 환자유인에 의한 의료법위반 등의 사건’과 관련, 그동안 관계자 소환조사 등을 통해 수사한 끝에 진료비 허위·부당청구건에 대해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최근 밝혔다. 다만, 직원 가족에 대한 진료비 감면에 대해서만 환자 유인행위로 인정, 병원장 등 3명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하는 것으로 종결처리했다.
 특히, 검찰의 이같은 결정은 그동안 노동단체 등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가짜 환자를 만들어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진료비를 부당 청구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조 측은 그동안 “경찰이 41건의 가짜 진료기록부를 확인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진과의 구체적인 공모가 없는 만큼 이를 ‘가짜 진료기록부’라고 특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장장 8개월여에 걸쳐 노동단체와 병원 간에 갈등의 불씨로 작용했던 핵심 현안이 의외로 ‘싱겁게’ 정리됨으로써 그동안의 갈등 국면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병원 측은 그동안의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노조 측 주장과 일련의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등 후속 조치를 두고 내부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에 따르면 고위층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가능한 법적 조치를 강구해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강경한 방침을 제기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경찰에서 수사를 시작한 이래 노동단체 등이 ‘돈벌이경영’ 등으로 병원의 의료행위 자체를 매도해 안타까웠다”면서 “늦었지만 검찰이 최종 판단을 내린만큼 이번 사안의 처리와는 별개로 초심으로 돌아가 환자 진료에 전력을 다하자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내부고발로 시작됐다. 이후 8개월여에 걸쳐 보건의료노조 등은 인천교구 산하 인천성모병원의 노조위원장이 병원측으로부터 부당한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위와 단식, 기자회견 등을 반복해왔다. 이 과정에서 교황청으로 대표를 파견하기도 했으나 교황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곧 철수했다.
 이와 관련, 병원 측은 개별 병원 내부 사건에 보건의료노조가 개입한 점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처음 이 사건을 경찰에 알렸던 전 직원 L씨에 대해 보건의료노조 유관 단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가 병원의 비리 제보를 요청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L씨는 국제성모병원이 허위·부당청구를 했다고 경찰에 제보한 뒤 병원 관계자를 따로 만나 20억 원을 요구했다”면서 “병원 측이 이 대화 내용을 녹취해 공갈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녹취록 중에 ‘인천성모를 깨야 되겠는데,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네가 한번만 도와주면 할 수 있는 것 다해주겠다’는 내용의 무상의료운동본부 측 회유 내용이 담겨있었다”면서 “이는 특정 병원을 불법·부정한 기관으로 매도하고, 이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무상의료운동본부는 4일 성명을 통해 “이는 국제성모병원이 같은 교구 소속인 인천성모병원 노조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인천성모를 깨기 위해 국제성모 출신 직원에게 정보를 달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병원 측과는 확연히 다른 입장이다.
 문제는 검찰에 의해 사태가 정리됐지만, 그동안 병원 측과 노동단체 간의 갈등이 이미 돌이키기 어려울만큼 깊어졌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이 검찰에 고발한 사안의 처리 결과는 물론 병원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추가 소송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병원 측은 “보건의료노조 등은 검찰에서 엄정하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동안 단순한 의혹 수준의 정황만으로 국제성모병원 및 인천성모병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진료에 심대한 타격을 가했다”면서 “저의가 심각하게 의심되는 이런 일련의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조치를 보는 시각도 판이하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재수사를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범죄 사실을 눈감아 준 저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측도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국제성모병원 관계자는 “신설 병원이 직원들의 소속감을 고취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가족들을 초청해 행사를 가지면서 식권을 제공한 것이 어떻게 의료법 위반이냐”고 되묻고 “교직원들에게 진료비 일부를 감면해 준 것 역시 직원 복지차원에서 국내의 모든 대학병원들이 적용하고 있는 오랜 관행인데, 이를 위법으로 본다면 여기에서 자유로울 병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지역사회의 관심 속에 장장 8개월여를 끌어온 이번 사태가 검찰의 약식기소로 일단락되었지만 앙금은 오래 남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는 무관하게, 노조 측은 ‘겨우 이 정도의 사안을 가지고 그동안 그렇게 떠들었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단위 노조는 물론 이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노동단체 및 시민단체의 대외적 신뢰와도 무관하지 않다. 물론 병원 측도 그동안 축적해 온 명성과 명예의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작지 않은 짐을 떠안아야 한다.
 결국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으로 정리된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많다.
 병원 측은 유연한 노사관계와 함께 서두르지 않고 착실하게 기틀을 다져가는 긴 안목의 신설병원 안정화 시책이 필요하다는 게 안팎의 견해다. 노조 측도 많은 것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사안의 표리를 깊이 살피지도 않은 채 들이대다가 고립에 빠지는 무모함도 그렇고, 공생의 파트너인 사용자를 허약한 근거를 내세워 적대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기 땅을 대가없이 내줘야 하는 궁색한 처지에 몰리고 말았다는 주변의 평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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