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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종합대책] 배우자 ·부모 강제입원시키지 못하게… 국립정신병원에 ‘심의위’

[정신건강 종합대책] 배우자 ·부모 강제입원시키지 못하게… 국립정신병원에 ‘심의위’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6-02-25 23:42
업데이트 2016-02-2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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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법 악용… 정신질환 입원 73% 해당

올해 1월 상속재산 때문에 89세 노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던 아들과 손자가 붙잡혔다. 의사에게 거짓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강제 입원을 시도하기까지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50대 A씨는 이혼을 요구한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남편이 평소 술을 많이 마시고 자신을 심하게 폭행한다는 이유를 댔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의사 1명의 진단만 있으면 최대 6개월까지 정신병원 입원을 허용하고 있다. 허술한 법 규정은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을 강제 입원시키는 데 악용되고 있다. 2013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정신질환 입원자 8만 462명 중 73.1%가 강제 입원한 것으로 보건 당국은 추산했다. 가족 간 불화, 재산 문제 등으로 강제 입원한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초 입원 후 6개월이 되는 때에 계속 입원 여부를 심사하기 때문에 한 번 입원하면 쉽사리 퇴원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정신병원 평균 입원 일수는 197일이나 된다.

정부는 25일 강제 입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5개 국립정신병원에 ‘입원 적합성 심의위원회’를 두고 강제 입원의 소지가 있을 때 입원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사법기관이 입원 적합성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체계를 갖춘다. 강제입원 요건 강화 대책은 이날 발표한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에 담겼다.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함부로 격리하거나 묶을 수 없도록, 격리와 강박을 허용하는 요건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가이드라인도 올해 안에 마련한다. 또 정신질환 이력자와 가족, 인권 전문가로 ‘인권지킴이단’을 꾸려 입원환자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진 않는지 감시한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정신보건법 개정안에 이런 내용을 담아 일부 수정한 뒤 4월 국회에 다시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기존에 제출한 정신보건법 개정안보다 강제 입원 규정을 까다롭게 했다. 환자를 계속 입원시키려면 3개월마다 정신과 전문의 2명의 진단 등 심사를 거쳐야 한다. 질병·고령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입원시킬 때 법원이 선임하는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다만 판단이 어려운 사람이 직접 법원에 성년후견인을 사전 신청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제도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따를 것이란 지적도 적잖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가가 공공후견인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6-02-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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