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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가장 됐다”… 靑 국민청원에 쏟아진 ‘백신 이상’ 하소연

“한순간 가장 됐다”… 靑 국민청원에 쏟아진 ‘백신 이상’ 하소연

손지민, 최영권 기자
입력 2021-11-16 22:38
업데이트 2021-11-1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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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이상반응’ 성토장 된 靑 게시판

9개월간 백신 게시글 42% ‘부작용 호소’
“할 수 있는 게 글 남겨 세상에 알리는 것뿐”
대처 미흡·신고 체계 미비 등 불만 봇물
“정부 소극 대응”… ‘선 지원·후 검증’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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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순간에 집안의 가장이 됐습니다.”

지난 9월 대학생 진모(26)씨의 아버지는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후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2주 만에 사망했다. 최근 사업이 잘 풀려 가족에게 입버릇처럼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던 아버지가 너무도 갑작스럽게 가족 곁을 떠난 것이다.

의료진이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을 내뱉는 순간 아버지의 코와 입에선 거무죽죽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크게 실망한 진씨는 답답한 마음을 호소할 곳이 없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찾았다. 그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글을 남겨 세상에 알리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이 글은 한 달 동안 4만 3000명 넘는 동의를 이끌어 냈다.

지난 4일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고3 아들의 엄마’라고 밝힌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며 “더이상 우리 아들과 같은 원인도 모르는 억울함이 또래 친구와 동생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재 3만명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정부의 대처 미흡, 명확하지 않은 신고·안내 체계 등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독려만 했지 부작용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26일부터 지난 12일까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백신’으로 검색되는 게시글 600개를 분석한 결과, 253개(42.1%)가 본인과 가족의 백신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글로 집계됐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촉구(52개), 백신패스 반대(42개) 등이 뒤를 이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글도 26개나 됐다.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해 정부로부터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한 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의심 신고는 37만 4456건(11월 15일 기준)이다. 사망 신고는 중증에서 사망으로 변경된 360건을 포함해 모두 1255건이다. 근육통, 발열 등 일반 이상 반응을 제외하고, 약 3400건이 심사에 올랐지만 인과성이 인정된 건 사망 2건, 중증 5건 등 477건에 그친다.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 중에는 주치의가 백신과의 인과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는데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줄여 주기 위해서라도 ‘선 지원, 후 검증’ 등 정부가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지만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백신인 만큼 인과관계 검증이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최근 출범한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가 국내에 보고된 백신 이상 반응 사례와 인과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촘촘히 마련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전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정부가 상당히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면이 있다”면서 “백신이 출시된 지 1년이 되지 않아 관련 자료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에 특히 ‘시간적 인과관계는 있지만 확실한 자료가 없다’는 판정(4-1)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해석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1-11-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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