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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전 강간강도범…처벌규정 없어 ‘무죄’

13년전 강간강도범…처벌규정 없어 ‘무죄’

입력 2013-06-28 00:00
업데이트 2013-06-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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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강간’만 가중처벌…”형법 신설해야”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40대가 13년만에 법정에 섰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영한)는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이모(42·회사원)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2차례 성폭력 전과를 갖고 있는 이씨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청구도 기각했다.

이씨는 지난 2000년 4월 9일 오후 8시께 경남 의령군의 한 길거리에서 집에 가던 박모(당시 21·여)씨를 성폭행하려고 근처 박씨 집까지 뒤따라갔다.

박씨가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어 범행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이씨는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8시간 가까이 지난 다음날 오전 3시 50분께 다시 박씨 집을 찾았다.

마침 박씨가 마당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본 이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화장실로 따라들어가 박씨를 성폭행했다.

이후 이씨는 박씨를 위협해 방안에 있던 현금 8만원이 든 핸드백을 들고 나오게 한 뒤 이를 훔쳐 달아났다.

이씨의 범행은 최근 검찰이 미제 사건에서 채취한 DNA와 전과자들의 DNA를 대조하면서 밝혀졌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각각 10년이라 13년이 지난 지금은 처벌할 수 없는 특수강도와 특수강간죄를 적용하는 대신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죄로 이씨를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수강도강간죄는 특수강도가 강간에 나아간 경우에만 성립하는 범죄로 특수강간범이 강간을 저지른 뒤 돈을 빼앗을 마음을 먹고 재물을 강취한 경우에는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은 짧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뒤따라간 뒤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보고 성욕이 생겨 강간한 다음 추가로 돈을 빼앗았다”며 “피고인의 특수강도강간죄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수강도강간죄는 특수강도가 강간까지 저지르거나 강도짓을 하기 위해 폭행 또는 협박의 방법으로 강간을 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이씨처럼 애초 성폭행을 목적으로 흉기를 이용해 부녀자를 강간한 이후 돈을 빼앗을 마음을 먹고 새롭게 강도 범행에 나아간 경우에는 특수강간죄와 특수강도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특수강도강간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법원 관계자는 “범행 목적이 강도인지 강간인지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가 갈린 경우”라며 “강간을 저지르고 돈을 빼앗을 마음이 생겨 강도짓을 한 경우에도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거나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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