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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재판 공정성 논란… ‘수애 가방’ 권리침해 ‘평결’ 부담

참여재판 공정성 논란… ‘수애 가방’ 권리침해 ‘평결’ 부담

입력 2013-10-31 00:00
업데이트 2013-10-3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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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국민참여 민사재판 배심원으로 참석해 보니

일반인들이 배심원으로 참석하는 민사배심재판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민사배심재판은 형사 사건의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평결의 공정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민사배심재판에는 서울신문 기자가 배심원으로 선정돼 참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배심재판에 기자가 배심원으로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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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에 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도입돼 실시되고 있지만 민사 사건에 배심원이 참여하는 민사배심재판은 지난해부터 매년 한 차례씩만 시범실시되고 있다. 민사재판은 형사재판에 비해 법리 적용이 더 어렵기 때문에 법원이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확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시범 실시되고 있는 것이지만 국민참여재판과 마찬가지로 배심원이 평의와 평결을 한다. 다만 평결의 기속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직접 배심원으로 참여해 국민참여재판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한재희 기자
한재희 기자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562호 법정. 민사합의25부(부장 장준현)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는 기자를 비롯해 대학생과 회사원 등 5명이 배심원석에 자리를 잡았다. 기자는 사건을 취재하며 방청석에는 여러 번 앉아 봤지만 배심원석에 직접 앉은 것은 처음이다. 재판에 앞서 선서를 하자 갑자기 긴장감과 책임감이 밀려들었다.

이날 사건은 ‘연예인의 이름을 쇼핑몰에 무단 사용한 것’이 퍼블리시티권의 침해인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연예인 사진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판결은 이미 여러 번 나왔지만 이름에 대해선 아직 법원의 판결이 없었다. 앞으로 있을 재판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는 만큼 기자를 포함해 5명의 배심원은 어느 때보다 신중한 자세로 재판에 임했다.

사건은 장동건과 배용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2PM, 샤이니 등 연예인 59명이 지난 6월 “퍼블리시티권과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SK플래닛과 이베이 코리아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내용이었다. 재판이 시작되자 원고 측과 피고 측은 치열한 공방을 펼치며 두 시간여 동안 자신들의 주장을 설명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오픈마켓이 ‘수애 가방’, ‘제시카 목걸이’ 등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특정 상품의 검색 키워드로 무단 등록해 놓고 있다”면서 “‘수애 가방’으로 검색을 하면 해당 키워드가 지정된 상품이 검색 목록에 우선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대가로 오픈마켓이 수수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픈마켓 측은 “키워드 검색은 드라마 등에 연예인들이 착용하고 나온 제품을 찾는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에 해당한다”면서 “이름의 경제적 가치나 인격적 요소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할 때 합당한 방식으로 이름이 이용된 경우에는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을 위한 세세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원고와 피고 측은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사건의 개요와 쟁점 등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배심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올 때는 재판부에서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재판 과정에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할 기회도 주어졌다.

양측의 설명이 끝난 뒤 배심원들은 별도의 장소에 모여 한 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처음에는 이름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쪽과 그 반대쪽이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을 30분이나 넘기며 토론을 이어 간 끝에 윤곽이 드러났다. 결국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쪽이 4명, 그 반대쪽이 1명으로 마무리됐다. 배심원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평결에 참석한 한 배심원은 “최근 국민참여재판의 판결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돼 부담스럽기도 했다”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평결을 내리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재판부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3-10-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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