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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치료제로 에이즈 감염” 10년만에 조정 성립

“혈우병 치료제로 에이즈 감염” 10년만에 조정 성립

입력 2013-11-04 00:00
업데이트 2013-11-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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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치료제를 사용했다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환자들과 제약사 간 손해배상 소송이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발병 20여년, 소송을 시작한 지는 10년만이다.

서울고법 민사9부(강민구 부장판사)는 혈우병 환자와 가족 등 95명이 녹십자홀딩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녹십자 측이 원고들에게 일정액을 지급하고, 원고들은 더 이상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조정이 성립됐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당사자 양쪽에서 원하지 않아 조정 금액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말 소송을 내 현재 1심 진행 중인 또 다른 피해자 8명도 이번 사건에 조정참가인으로 함께 참여했다”며 “이번 조정으로 혈우병 치료제 에이즈 감염을 둘러싼 모든 분쟁이 해결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혈우병을 앓아오던 이모씨 등은 1990년대 녹십자홀딩스가 설립한 한국혈우재단 회원으로 등록한 뒤 혈우병 치료제를 유·무상으로 공급받아왔다.

그 뒤 에이즈 감염사실을 알게 되자 2003년 녹십자를 상대로 3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녹십자가 제공했던 혈우병 치료제가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의 혈액으로 만들어졌고, 이를 사용한 이씨 등도 HIV에 감염된 것이다.

2005년 7월 1심 재판부는 치료제와 에이즈 발병 사이 연관성을 최초로 인정, 이씨와 가족에게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나머지 원고들은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안지 10년이 넘어 손해배상 시효가 지났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008년 1월 2심은 치료제와 에이즈 감염 사이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후 2011년 9월 대법원은 원고들이 치료제를 투여한 후 감염이 확인됐다면 둘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다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손해배상 시효에 대해서도 “에이즈는 잠복기가 길어서 현실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시점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며 소멸시효 소멸 여부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부터 7차례 변론과 9차례 조정절차를 진행했다.

양측은 지난 2월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한차례 바뀐 이후에도 입장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재판부는 지난 9월 11일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강제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재판부가 합리적 조정안을 제시하는 절차로 2주 내에 이의가 제기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하지만 녹십자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한 차례 더 조정기일이 열렸고, 이날 양측이 합의를 이뤄내면서 2003년부터 10년간 이어져 온 치열한 법적 공방이 마무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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