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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 잇단 산재 인정 판결

대법,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 잇단 산재 인정 판결

입력 2016-02-14 14:07
업데이트 2016-02-1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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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수치심·모욕감이 우울증 유발했다고 봐야”

일터에서 종종 느끼는 수치심·모욕감·자괴감 등의 감정에 극도로 빠져 자살한 때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자살의 범위를 하급심보다 폭넓게 본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자살한 남편의 보상금을 달라”며 지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남편은 2012년 9월 교사로 일하던 중학교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초부터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맡은 게 극심한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2학년 12명이 1학년 13명을 상습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한 학생이 협박당하고 가해 학생의 부모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하자 학부모들 항의가 들어왔다.

가해학생 6명이 강제로 전학을 가고 이들이 속한 축구부는 해체될 상황에 놓였다. 남편은 자살 직전 “너무 조직적 폭력사건으로 몰아갔다. 강제전학은 심했다”며 주변에 업무 부담과 자괴감을 호소했다.

1·2심은 “사회 평균인 입장에서 도저히 감수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우울증에 기인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학교폭력 사건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이 자살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상관관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가해학생, 피해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원망과 질책을 받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스승으로서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정신적 자괴감에 빠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급격히 우울증세가 유발됐고 이 때문에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업무와 사내 갈등, 고객에게 받은 모욕감까지 더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도 나왔다.

콘도업체 직원 이모씨는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객실부로 발령났다. 그동안 관리직으로 일하던 그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팀장 밑에서 500여 객실의 청소상태·시설물 점검 등을 했다. 전화기에 붙은 스티커를 일일이 떼는 업무도 맡았다. 자기 사무실이나 책상도 없었다.

직속상사는 “너는 어떻게 과장을 달았느냐”, “분양 한 건 해야하는 거 아니냐”라며 자존심을 긁었다. 2010년 8월에는 모퉁이 방을 배정했다는 이유로 손님에게 질책과 욕설,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이씨는 이튿날 휴가를 내고 동료와 술을 마신 뒤 자신이 관리하던 객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씨의 부인이 낸 소송에서 1·2심은 꼼꼼하고 예민한 성격 등 개인적 요인 탓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갑작스러운 사무 변경과 자존심 손상, 상사와 마찰,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건에 직면했고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세가 유발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중압감 내지 불안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등을 참작하면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우울증 치료 병력이 없다거나 개인적 취약성이 자살 결심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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