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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법정 세웠지만… 대구 여대생 성폭행범 무죄

15년 만에 법정 세웠지만… 대구 여대생 성폭행범 무죄

입력 2017-07-19 01:06
업데이트 2017-07-1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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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서 공소시효·증거부족 발목…스리랑카 용의자 결국 강제 추방

사법 공조로 현지서 처벌 추진

1998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51)씨가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재수사 끝에 범행 15년 만에 K씨를 법의 심판대에 세웠지만 공소시효와 증거능력 등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법원 3부(대법관 김재형)는 18일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K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K씨의 범행 정황을 증언한 스리랑카인 증인·참고인들의 진술이 “객관적 상황이나 진술 경위에 비춰볼 때 내용의 진실성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K씨는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대학교 1학년생 정모(당시 18세)씨를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정씨는 고속도로에서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 30여m 떨어진 곳에서 속옷이 발견돼 성폭행이 의심됐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고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미제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2011년 다른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붙잡힌 K씨의 유전자(DNA)가 정씨가 입었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재개됐다. 검찰은 재수사 끝에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2013년 K씨를 기소했다. 강간죄(공소시효 5년)와 특수강간죄(공소시효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를 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1심은 특수강도강간 혐의와 관련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내 스리랑카인을 전수 조사한 끝에 K씨의 공범으로부터 범행을 전해 들었다는 스리랑카 증인을 발견해 법정에 세웠지만 2심은 “DNA 감정결과 등을 볼 때 피고인이 단독으로 또는 공범과 함께 피해자를 강간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공소시효(10년)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도 2년여의 심리 끝에 1, 2심과 다르지 않은 판단을 했다.

K씨는 2013년 다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와 2008∼2009년 무면허 운전을 한 별도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그동안 청주외국인보호소에 머물던 K씨는 이날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강제 추방돼 스리랑카로 돌아간다. K씨의 공범 2명은 각각 2001년과 2005년에 이미 고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검찰은 사법 공조 절차를 밟아 K씨를 스리랑카 현지 법정에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의 강간죄 공소시효는 20년으로 한국보다 훨씬 길고 형량도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스리랑카가 국제 형사사법 공조 조약에 가입돼 있지 않아 상당한 법적·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7-07-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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