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피해” 중재의향서 접수
재개발 과정에서 자신이 투자한 토지가 수용된 것은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며 한 미국인이 한국 정부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활용한 소송을 제기했다.24일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서모씨는 지난달 7일 자신의 부동산이 위법하게 수용됐다며 ISD 중재의향서를 접수했다. 한·미 FTA를 근거로 한국 정부에 ISD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SD는 FTA 체결국가가 협정상 의무나 투자계약을 어겨 투자자가 손해를 보게 된 경우 해당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13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서씨는 2011년 남편 박모씨와 함께 공동명의로 서울 마포구의 주택 및 토지 188㎡를 3억 3000만원에 사들였다. 남편 박씨는 한국 국적자로, 서씨와 박씨의 지분 비율은 76대24였다. 이후 마포구는 서씨의 땅을 포함한 일대 지역을 재개발 지구로 지정하고 토지 수용 절차에 들어갔다.
토지수용위원회의 조정을 통해 서씨 부부가 보유한 땅은 8억 5000만원에 수용됐는데, 서씨는 적정한 시장가치에 미치지 못한 액수라며 보상금 수령을 거부했다. 서씨 측은 중재의향서에서 한국 정부의 토지 수용이 “적용 대상이 되는 투자를 직간접적으로 수용하거나 국유화할 수 없다”고 규정한 한·미 FTA 11장 6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재개발 조합에 가입하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음에도 자신이 미국에 있는 동안 조합의 강압에 못 이긴 어머니와 동생이 위조한 사인으로 동의서를 내줬다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적 고통을 포함해 최소 20억원으로 추산되는 피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7-10-25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