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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 검찰직원 ‘명퇴’ 신청 최종 거부…가족 반발

의식불명 검찰직원 ‘명퇴’ 신청 최종 거부…가족 반발

입력 2018-04-09 14:48
업데이트 2018-04-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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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성년후견인 지정해 당연 퇴직 사유”…제도 불합리 목소리 높아

근무 중 심장마비로 인한 뇌 손상으로 2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인 검찰 수사관이 법무부에 신청한 명예퇴직이 최종 거부돼 가족이 반발하고 있다.
검찰 깃발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 깃발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무부는 부산 동부지청 소속 검찰 수사관 A(55) 씨의 명예퇴직 신청을 재검토한 결과 이를 거부한 원래 처분을 변경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고 9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검토 과정에서 A 씨가 아내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이는 국가공무원법에 규정한 당연 퇴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퇴 최종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A 씨 아내는 “아픈 남편의 치료비 인출 등 은행 거래를 대신 하려고 후견인이 됐다. 당연 퇴직 사유라는 것을 알았다면 후견인이 됐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A 씨 아내는 “남편의 의식불명 상태가 2년이 넘도록 법무부나 검찰은 후견인 지정이 퇴직 사유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일반인이 국가공무원법 한구석에 있는 조항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이것이 20년 이상 검찰에 헌신한 공무원에게 국가가 할 일인가”라고 소송 의사를 밝혔다.

2015년 9월 부산지검에서 근무하다가 부산 동부지청으로 전근 간 A 씨는 근무 중 가슴이 아파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저산소 뇌 손상으로 2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로 투병생활을 해왔다.

남편의 후견인이 돼 법적 보호자가 된 A 씨 아내는 남편의 병가가 길어지자 2년 전 동부지청 발령 신청 당시 “조만간 명예퇴직을 신청하겠다”며 제출한 고충심사청구서를 근거로 지난달 2일 동부지청에 남편의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법무부는 애초 “의식불명인 A 씨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며 ‘명퇴 부적격’ 통보를 보냈으나 검찰 내에서 불합리한 처사라는 여론이 들끓자 이례적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무부는 A 씨가 성년후견인을 지정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공무원 결격 사유라는 이유로 A 씨 명퇴를 최종 거부했다.

A 씨 아내는 앞서 검찰에 남편의 공상(공무상 부상) 처리도 신청했으나 법적 소송 끝에 패소했다.

2013년 7월 성년후견인 제도는 지적장애인, 질병 등으로 의사 결정이 어려운 성인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 관리나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제도다.

제도 시행 이후 국가공무원법 등 개별 법률에서 결격 조항으로 규정된 ‘금치산자·한정치산자’가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으로 용어만 바꿔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A 씨처럼 직무 수행 중 사고나 질병으로 더는 일을 하기 어렵게 된 경우 퇴직을 권유하면 될 일이지, 후견인 지정을 이유로 명예퇴직 신청 권리를 박탈하고 강제 퇴직시키는 것은 직업 수행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6일 국회 입법조사처와 국회사무처 법제실이 주최한 ‘성년후견제 도입에 따른 결격 조항의 정비 현황과 개선 과제’ 정책 세미나에서 각종 권리를 가로막는 성년후견인 결격 조항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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