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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송병기 수첩’에 지역 4선 강길부 현역 의원 거론… 공약 사전 논의도

[단독] ‘송병기 수첩’에 지역 4선 강길부 현역 의원 거론… 공약 사전 논의도

이혜리, 이근아 기자
입력 2019-12-19 01:30
업데이트 2019-12-19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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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 현안 대가 지역 의원 지지 유도… 원전해체센터·국립대 유치 등 공약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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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 개입 논란’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일지에서 청와대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전 울산 지역 유력 정치인인 강길부 국회의원이 송철호 후보를 지지하도록 사전 모의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강 의원은 울산 울주군에서 4차례 당선된 중진이다. 검찰은 청와대와 송 후보 측이 원전해체센터, 국립대 유치 등 핵심 공약을 사전에 논의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병기 수첩’이 선거 개입 논란의 뇌관으로 떠오른 셈이다.

검찰은 이날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 입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민정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송 부시장의 업무일지에 담긴 청와대와 송철호 시장 캠프와의 교감 내용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일 송 부시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지난 6월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송 부시장이 작성한 업무 수첩을 확보했다. 이 수첩에는 송 부시장이 2017년 중순 이후 송 후보 캠프에 합류한 뒤 진행한 업무일지가 담겨 있다.

송 부시장의 2017년 10월 13일 자 업무일지에는 “물 문제와 공공병원은 강 의원의 거취와 관련해 정무적 접근을 요청한다”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은 한 인사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송 후보 측이 논의한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방선거 전해부터 청와대와 송 후보 측이 ‘현안을 해결해 주고 강 의원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자’는 논의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논의가 실제로 실행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속 당을 탈당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송철호 후보를 지지한다”며 “송 후보와 함께 혁신형 공공병원 건립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답변을 피했다.

또한 2018년 3월 30일 일지에는 ‘VIP(대통령) 면담자료- 원전해체센터, 국립대, 외곽순환도로’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해당 공약과 관련해 청와대와 송 후보 측이 의견을 교환했을 여지가 크다. 실제로 울산시는 올해 1월 외곽순환도로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이전까지 경제성 부족으로 예타 과정에서 번번이 가로막히던 사업이었다.

이와 함께 송 후보의 공공병원 공약과 관련해서는 담당자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현 정책조정비서관)으로 명시돼 있고, ‘이진석과의 미팅, 2000억’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2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기로 청와대와 입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조만간 송병기 수첩에 등장하는 주요 인사들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하명수사 의혹 수사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4층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을 압수수색해 문모(52) 사무관의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문 사무관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하던 2017년 10월 송 부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받아 첩보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다. 검찰은 문 사무관이 당시 ‘윗선’의 지시를 받아 첩보 문건을 생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유재수(55·구속)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중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당시 민정수석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지난 16일에 이어 두 번째 소환이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9-12-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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