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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값 폭행’ 최철원, 아이스하키협회장 소송 사실상 패소

‘맷값 폭행’ 최철원, 아이스하키협회장 소송 사실상 패소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2-10 17:52
업데이트 2022-02-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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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한체육회의 인준 거부는 적법”
체육회 “법원 판결 존중…정상화 노력”

‘맷값 폭행’ 최철원
‘맷값 폭행’ 최철원 고용승계 문제로 마찰을 빚은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때린 뒤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SK가의 최철원 전 M&M 대표가 2010년 12월 2일 당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맷값 폭행’ 논란으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인준을 거부당한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가 회장 지위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한 끝에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부장 성창호)는 10일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최 대표가 제기한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지위 확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당선→체육회 인준 거부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17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차기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상대 후보인 전영덕 경희대 체육대학 동문회장을 62대 20의 압도적인 표차로 누른 결과였다.

그러나 최 대표의 당선이 알려진 뒤 여론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화물차량 기사를 때리고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건네 사회적 공분을 샀던 사건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최 대표 회장 인준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의 과거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최 대표에 대한 반대 여론도 커졌다.

결국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2월 16일 ‘사회적 물의’를 이유로 최 대표의 인준을 최종 거부했다.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반발해 최 대표는 법원에 회장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 4곳에 자문해 ‘결격 사유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최 대표는 승소를 자신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5월 최 대표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이날 본안 소송에서도 대한체육회의 손을 들어줬다.

영화 ‘베테랑’ 모티브 된 폭행사건 가해자
영화 ‘베테랑’의 등장인물 ‘조태오’
영화 ‘베테랑’의 등장인물 ‘조태오’
SK그룹 총수 일가인 최 대표는 2010년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50대 운수 노동자를 불러다 “한 대에 100만원이다”라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십수대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는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최 대표는 피해자를 사무실로 불러 무릎을 꿇게 한 채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한 대에 100만원”이라며 10대를 때렸다. 피해자가 “더 이상 못 맞겠다”,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한 대에 300만원”이라며 3대를 더 때리고서 ‘맷값’으로 1000만원권 수표 2장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이 대대적으로 일었다. 최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고, 2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등의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이 사건은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 분) 캐릭터의 모티브 중 하나가 됐다.

최 대표 “대한체육회장 농간 때문”
재판 뒤 입장 밝히는 최철원
재판 뒤 입장 밝히는 최철원 이른바 ‘맷값 폭행’ 논란으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인준이 거부된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회장 지위 확인 청구 소송 마지막 심문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16
연합뉴스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16일 최종변론을 마치고 나온 뒤 “인준이 거부된 것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농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맷값 폭행’ 관련한 언론 보도는 85% 과장과 허구로 나온 것”이라며 “영화 ‘베테랑’도 95%는 과장과 허구”라고 반박했다.

그는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어서 나 같은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국민들을 속 시원하게 해줬다면 다행이지만 내가 두들겨 패고 돈을 던져줬다는 건 허구”라며 “1대에 200만원이라는 말을 한 적도 없고 돈을 던져준 적도 없다. 돈은 온라인으로 송금해줬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 항소 미지수…회장 공석 사태 계속될 듯
이날 재판부는 대한체육회가 최 대표의 인준을 거부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소송 비용은 최 대표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피고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측이 변론에 나서지 않아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보는 ‘자백간주 판결’을 내렸다.

체육회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앞으로도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절차에 따라 조속히 정상화가 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한체육회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1년 이상 회장 궐위 상태인 점 등을 들어 조직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회장 선거를 다시 시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 대표가 사실상 패소하면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직 공석 상태는 더 길어지게 됐다.

최 대표의 항소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최종 변론기일에서 ‘패소할 경우 항소할 것이냐’는 질문에 “항소는 검토를 더 해봐야 한다. 회장 공백기가 더 길어지면 협회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분이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사실상 항소 포기에 무게를 둔 바 있다.

“회장 맡을 사람 없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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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 연합뉴스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
연합뉴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판결문을 확인하고 당선인(최철원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당선인이 항소의 뜻이 없다면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회장 선거를 언제 치를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가 항소를 포기하고, 이에 따라 협회가 이른 시일 내에 재선거를 치르더라도 마땅한 후보를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 대표는 2020년 12월 차기 회장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전영덕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동문회장을 62대 20의 압도적인 표 차로 눌렀다.

선거인단이 당시 최 대표에게 몰표를 던진 것은 사회적 공분에 둔감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비인기종목인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려면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도덕성과 재력을 둘 다 겸비한 후보라면 이상적이지만 비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에서 그런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고민이다.

협회 관계자는 재선거에 나올만한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회장 선거에 나올만한 분은 없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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