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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온 우리 며느리가 달라졌어요”

“캄보디아에서 온 우리 며느리가 달라졌어요”

입력 2010-11-19 00:00
업데이트 2010-11-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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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 1대1 맞춤농업교육에 행복 찾아

 “캄보디아 처녀가 한국 농촌에 시집와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친정엄마 같은 후견인을 만나지 못했으면 아직도 농사를 몰랐을 거예요.”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으로 일하던 치어 스레이 닛(Chea Srey Neat.25.여)씨는 23살이던 지난해 5월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화현마을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 집으로 이민왔다.

 30년 만에 외국의 젊은 새댁이 화현마을로 이민 온다는 소식에 노인이 전부인 마을은 들썩였지만 정작 치어씨 자신은 낯선 환경에 겁을 먹고 한동안 방안에서만 울며 지냈다.

 시어머니가 계셨더라면 집안일을 천천히 배우면서 한국 말도 익혔겠지만,시집에는 홀로 된 시아버지뿐이어서 마음 터놓고 대화할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시집은 논 1만3천㎡,밭 5천㎡를 경작하고 있어 내년부터 밭농사는 맏며느리 치어씨가 도맡아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치어씨에게 농협과 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농협은 이민여성과 농촌의 여성전문농업민을 1대 1로 연계해 맞춤 농업교육을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추천했고,치어씨를 도울 농업인이자 후견인으로 마을 부녀회장을 지냈던 원정자(53.여)씨가 선발됐다.

 원씨는 집안에서 부식으로 사용하는 주요 채소와 소득 작물인 고추,취나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모두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는 봄에 상추와 아욱 등 채소를 파종하고,새싹이 자랐을 때 뽑아 국을 끓이고 샐러드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

 호박,가지,오이,토마토,고추 모종을 심어 줄을 띄우는 과정도 친정엄마가 가르치듯 꼼꼼하고 다정하게 가르쳤다.

 정해진 교육시간은 원래 일주일에 1번이었지만 두 사람의 집 간 거리가 500m밖에 되지 않아 원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치어씨를 불러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치어씨는 집 밖으로 나와 활동하면서 한국 말이 자연스럽게 늘었고,일주일에 두 번 농협이 진행하는 한글교실에도 꾸준히 나갔다.

 치어씨는 “한국에 와서는 늘 외롭고 답답했는데 후견인이 찾아와 농사를 가르쳐주고 음식도 같이 먹으며 내 이야기를 들어줘 교육 내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옥수수와 고구마를 심어 고향에서 먹던 음식도 만들고 컴퓨터와 요리 등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싶다”며 한국에서의 삶에 기대를 보였다.

 후견인 원씨도 “노인만 사는 우리 마을에 젊은 인력이 생겨 동네 분위기가 생동감이 넘친다”며 “스레이 닛이 실력 있는 농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다짐했다.

 치어씨와 원씨는 올해 1대 1 맞춤교육 우수사례로 선정돼 지난 18일 농협에서 표창을 받았다.

 양정남 농협 농촌자원개발부 복지여성팀장은 “지역 밀착기관인 농협은 지역 이주여성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지역의 실력 있고 신뢰받는 여성농업인을 연계하는 사업을 계속 추진해 이주여성의 정착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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