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대홍수’ 근거 격변설 청원 추진
‘시조새’와 ‘말(馬)의 진화’ 등 진화론 관련 내용을 과학교과서에서 삭제해 달라고 청원해 논란을 빚었던 기독교 단체가 새로운 청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구과학이 타깃이다.다윈의 진화론을 조롱하기 위해 그린 풍자화. 원숭이의 몸에 다윈의 얼굴을 그려놓고 여성의 맥을 짚고 있는 모습이다.
교진추가 문제 삼고 있는 ‘동일과정설’과 ‘절대연대 측정법’ 등은 초중고교 교과서에 폭넓게 기술된 지질학계의 정설이다. 동일과정설은 1700년대 후반 제임스 허턴에 의해 주창된 것으로 ‘모든 지질 현상이나 생물 현상은 과거에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 연속성을 갖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퇴적층이 쌓여 지층을 이루고 산이 만들어지거나 시대에 따라 퇴적층에 나타나는 화석들이 다른 점 등이 모두 동일과정설로 설명된다. 고생대, 중생대나 백악기, 쥐라기 등을 나누는 기준 역시 이 이론에서 시작됐고 멸종 동물의 생존 시기 역시 동일과정설에 근거해 추정한다.
하지만 교진추 측은 20세기 초반까지 동일과정설과 논쟁을 펼쳤던 ‘격변설’이 더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격변설은 천재지변이 지층 및 생물종 변화의 핵심이라는 논리로, 대표적인 사례가 성경에 등장하는 ‘대홍수’다. 교진추 측은 “전 세계 곳곳에서 시간 순서대로 쌓인 지층이 아닌 경우가 많이 등장하고 이는 동일과정설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과학교과서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진추가 지구과학으로 청원 대상을 바꾼 배경에는 진화론의 높은 장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화론의 핵심인 화석 증거들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지구과학을 통해 다른 시각에서 진화론의 오류를 밝혀내겠다는 의도다.
학계는 교진추의 주장이 과학적 사실을 과장해 오역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변각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교진추에서 얘기하는 대대적인 격변설은 이미 100년 이상 전에 사장된 주장이고 현재 동일과정설의 토대 위에서 인정되는 격변설은 화산 폭발 등이 지층의 순서를 급격하게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정도”라며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