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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공장 폐수에 성격 나빠진 물고기

의약품 공장 폐수에 성격 나빠진 물고기

입력 2013-02-19 00:00
업데이트 2013-02-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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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생활하던 퍼치 ‘왕따’ 자처…인간의 신경안정제 부작용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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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는 다소 과장된 설정이 나온다. 주한미군이 버린 포르말린이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 치명적인 돌연변이 괴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관객들 역시 영화를 위한 장치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공장이나 의약품 폐수가 실제 강이나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사였다. 지금까지 산업체나 정부 관계자들은 “막대한 양의 물에 희석되면 약품이나 폐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스웨덴 연구진이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웨덴 우메아대 연구진은 지난 15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 과학진흥협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의약품 공장 근처의 하천에 사는 유럽 퍼치(민물고기의 일종)가 인간이 신경안정제를 복용했을 때처럼 변하고, 그 결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이들은 신경안정제로 널리 사용되는 ‘옥사제팜’을 생산하는 유럽 지역의 공장을 대상으로 주변 하천 물고기들의 습성과 생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해당 지역에 폭넓게 서식하는 유럽 퍼치의 생활 방식이 다른 지역과 상당 부분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유럽 퍼치는 먹이사슬의 아래쪽에 위치한 온순한 물고기다. 집단으로 모여 사냥을 다니며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옥사제팜 생산 지역의 유럽 퍼치 중 상당수는 떼로 모여 다니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외부 활동에 지나칠 정도로 호기심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옥사제팜이 유럽 퍼치의 ‘사회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회성 결여는 사람이 옥사제팜을 장기적으로 복용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의 하나다.

연구팀은 “무리에 흥미를 잃고 홀로 떨어져 나온 유럽 퍼치는 기존에 먹지 않던 먹이나 다른 동물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나타냈다”면서 “집단으로 모여 있을 때보다 포식자에게 노출되기 쉬운 것은 물론 기존에 다니지 않던 곳까지 홀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생물종을 만들어 내거나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밝혔다. 이어 “옥사제팜은 유럽 퍼치로부터 특정한 종류의 두려움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공업용 폐수 처리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1970~80년대에 광범위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 폐수가 증발해 비로 내리면서 하천뿐 아니라 지상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3-02-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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