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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이젠 어색한… 친해지는 1단계 ‘가까이 앉기’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이젠 어색한… 친해지는 1단계 ‘가까이 앉기’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1-09-16 03:00
업데이트 2021-09-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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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맞고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심장박동이나 호흡수 등 신체기능이 동기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마음이 맞고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심장박동이나 호흡수 등 신체기능이 동기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오랜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하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또 콘서트장에서 많은 사람이 음악에 흠뻑 빠져 같은 감정을 느끼고 호흡을 같이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요.

프랑스 파리 뇌과학연구소,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 소르본대, 미국 뉴욕시립대, 영국 버밍엄대 인간뇌건강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서로 마주 보고 대화를 하거나 같은 경험을 나눌 때 심장박동, 호흡 등 신체반응이 쉽게 동기화되며 이 덕분에 서로에게 더 몰입하고 가깝게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9월 15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100여명의 성인남녀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집단은 가까이 붙어 앉은 상태에서 무미건조한 내용의 문학작품 오디오북이나 교육용 동영상을 듣고 보도록 하면서 심전도, 호흡 등 신체반응을 측정했습니다. 다른 그룹은 서로 멀리 떨어져 앉도록 한 뒤 똑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가까이 앉은 사람들끼리는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에 비해 이야기나 동영상의 똑같은 장면에서 함께 심박수와 호흡 등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신체기능 동기화가 더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동기화 현상은 감정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거리가 가깝고 주의집중 상태가 높을 때 쉽게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뇌신호에 따라 심박, 호흡 같은 신체 기능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미국 브리검영대, 애리조나주립대 공동연구팀도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이들이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혼생활 만족도가 높은 부부들은 그렇지 않은 부부들보다 똑같은 상황에서 기쁨은 두 배로, 슬프고 힘들거나 무서운 감정은 절반으로 느낀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친밀도가 서로 다른 83쌍의 부부에게 공포 영화를 함께 관람하도록 하면서 동공 크기를 측정했습니다. 동공 크기는 물리적 자극 외에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0.2초 내에 거의 반사적으로 동공 크기가 변한다고 합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친밀도가 높은 부부는 그렇지 않은 부부들에 비해 공포 영화를 보면서도 동공 확장이 덜 된다고 합니다. 건강한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는 서로에게 스트레스 완충 역할을 해 준다는 말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부부간 친밀도가 장기적으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질병까지 예방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는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하는 것은 귀한 배려이고 타인이 내게 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역지사지’와 적당한 눈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역지사지는 타인이 먼저 나를 이해해 주길 요구하고 바라는 것이 아닌 내가 상대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제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에 가까운 사람들과의 다툼이 더 잦다고들 합니다. 코로나로 모두 어려운 요즘 역지사지로 서로의 힘듦을 덜어 주는 것이 필요한 명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1-09-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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