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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이겨도 져도 웃는 ‘절친 許·姜’

[프로농구] 이겨도 져도 웃는 ‘절친 許·姜’

입력 2011-04-22 00:00
업데이트 2011-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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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승 챙긴 강동희 위로문자… 허재 “소심하긴, 잘했어” 화답

허재(왼쪽) KCC 감독과 강동희(오른쪽) 동부 감독은 “우리 둘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면 정말 좋겠다. 꼭 결승에 오르자.”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상상만 해도 흐뭇한 그림이었다. 중앙대·기아자동차를 거치며 13년간 한솥밥을 먹었고, 코트 안팎에서 친형제처럼 자랐던 둘이 프로농구 챔피언을 다투는 모습은 선수 시절부터 그려온 오랜 로망이었다. 그러나 막상 결승에 올라 ‘장군 멍군’을 부르는 상황이 되자 생각처럼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고. 이기면 좋으면서도 미안하고, 지면 속상하면서도 내심 상대가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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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에 오른 둘은 ‘잠시만 안녕’을 외쳤었다. 2년 전 강 감독이 동부 사령탑에 오른 뒤 항상 경기 전날 식사를 같이하던 두 감독이 챔프전 때 ‘절연’을 선언한 것. 경기에 집중하고 서로를 배려하자는 이유였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전주에서도, 원주에서도 둘은 만났다. 승부도 갈라놓을 수 없는 각별한 우정이었다.

지난 20일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동부가 이기면서 ‘동생’ 강 감독이 먼저 2승(1패)을 챙겼다.

강 감독은 통화하기가 머쓱해 허 감독에게 위로문자를 보냈다. 득달같이 허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야, 계집애처럼 무슨 문자냐. 잘했어. 고생했어. 다음 경기에서 두고 보자.” 왠지 미안하고 조마조마하던 동생 강 감독의 마음은 한순간에 누그러졌다.

둘이 워낙 돈독하다 보니 벤치풍경도 확 바뀌었다. 휘슬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무대지만, 심판판정에 대한 항의는 없다. 허 감독은 얼굴만 빨개지고, 강 감독은 손수건을 꺼내 땀만 닦는다. 참 밋밋하다.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외국인 선수들만 야속한 눈길로 ‘우리 감독님이 변했어요.’를 외칠 뿐이다. 강 감독은 “형하고 얘기해서 딱 2번씩만 항의하든가 해야지, 원. 그런데 보기 좋지 않아요?”라며 웃었다.

서로를 각별히 생각한다지만 승부에는 양보가 없다. 특히 ‘도전자’ 입장인 강 감독의 눈빛은 뜨겁다. “허재형은 대한민국 농구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선수다. 그런데 감독으로는 내가 꼭 이겨보고 싶다. 이번 아니면 기회가 또 있을까.”라고 욕심을 내비쳤다. 물론 “우리가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진심으로 박수 쳐 줄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둘의 비밀협약(?)도 공개했다. 국가대표팀에서 한 배를 타자는 약속이다. 챔피언팀 감독이 5월 소집되는 국가대표팀을 맡아야 하는데, 지는 감독이 대표팀 코치를 맡자는 얘기다. 강 감독이 ‘형’ 허 감독을 코치로 부릴 순 없겠지만 그만큼 뜻이 통했다.

강 감독은 “허재와 강동희가 ‘장군 멍군’ 외치면서 명승부 펼치는 게 재밌지 않나?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승컵을 향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정은 깊어진다.

원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04-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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