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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유치 한달… 평창의 미래, 美 레이크플래시드에 묻다

동계올림픽 유치 한달… 평창의 미래, 美 레이크플래시드에 묻다

입력 2011-08-08 00:00
업데이트 2011-08-0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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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점프대 밑 수영장 설치… 사계절 ‘스포츠 천국’

강원도 평창이 삼수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룬 ‘더반의 낭보’가 들려온 지 한달(6일)이 지났다. ‘위대한 승리’에 흠뻑 젖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모두가 7년이 채 남지 않은 올림픽 준비에 돌입하고 있다. 올림픽 유치 이후 ‘적자 올림픽’과 ‘올림픽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앞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많은 나라들이 축제가 끝난 뒤 빚더미에 올라앉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북부의 휴양지인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는 평창의 최고의 ‘멘토’로 꼽힌다. 1932년과 1980년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이 작은 시골마을은 올림픽 이후에도 사계절 끊이지 않고 한해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비결이 무엇일까. 지난달 22일 현지를 찾아 평창이 가야 할 길을 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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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과 1980년 두 차례에 걸쳐 성공적으로 동계올림픽을 치른 뒤 매년 200만명의 관광객을 끄는 세계적인 휴양도시로 거듭난 미 뉴욕주의 시골마을 레이크플래시드의 여유로운 전경
1932년과 1980년 두 차례에 걸쳐 성공적으로 동계올림픽을 치른 뒤 매년 200만명의 관광객을 끄는 세계적인 휴양도시로 거듭난 미 뉴욕주의 시골마을 레이크플래시드의 여유로운 전경
뉴욕 도심가에서 동북쪽으로 고속도로를 5시간 30분을 달리자 맨해튼의 번잡함을 순식간에 날려 버리는 여유로운 전원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 플래시드호와 미러호 등 여러 호수가 감싸고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도시는 면적이 고작 3.9 ㎢로 여의도의(8.48㎢) 절반 정도다. 1800년대 6가구가 정착, 철광석을 캐면서 조성된 이 시골마을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1932년과 1980년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한해 관광객 200만명을 끌어모으는 세계적 스포츠 휴양도시로 탈바꿈했다.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시설 탈바꿈

한눈에 둘러본 레이크플래시드의 체육·관광시설들은 화려하기보다 수수했다. 마지막 올림픽을 개최한 뒤로 30여년이 지난 탓도 있겠지만 애초 설계 때부터 ‘실속’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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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해 수영장을 설치한 스키점프대에서 일반인이 활강하는 모습.
안전을 위해 수영장을 설치한 스키점프대에서 일반인이 활강하는 모습.

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뉴욕주 올림픽 지역개발청(ORDA)의 최고경영자(CEO) 테드 블레이저는 “올림픽은 어차피 2주면 끝나는 축제다. 행사 뒤 감당할 수 없는 시설은 임시건물로 지었다.”면서 “예컨대 1980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행사장은 에어돔으로 지었다 허물었다.”고 말했다. 1998년 동계올림픽 때 최신 시설 건립에 열을 올렸다가 빚더미에 앉은 일본 나가노와 대비된다. 동시에 레이크플래시드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인공눈을 사용했을 정도로 필요한 투자에는 과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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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이후를 내다본 혜안 덕에 평소에는 일반인이 즐기기 어려운 종목들의 시설 활용도를 높인 점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시설이 스키점프대. 언뜻 전문 선수들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창의력으로 새 옷을 입혀 여름철 일반인들 사이에 최고 인기 시설로 거듭났다. 점프대 아래 수영장을 설치해 일반인이 비교적 낮은 지점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와 안전하게 빠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도 일반인이 쉽게 탈 수 있도록 공간을 넓게 설계했고 썰매 교실도 운영한다. 직원 존 런딘은 “관광객이 1년에 썰매를 타는 횟수가 7만회에 달한다. 우리의 짭짤한 수익원”이라며 웃었다.

‘스키어의 천국’이라는 별칭 때문에 여름철에는 다소 한가할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 없이 깨졌다. 차량에 카누와 자전거 등을 매달고 이곳을 찾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끊임없이 리조트 안으로 들어섰다.



블레이저 CEO는 “카누 시설과 승마장, 라크로스 경기장(그물이 있는 스틱으로 골대에 공을 넣는 경기), 실내 농구 및 배구장, 축구장, 사이클 및 산악자전거 코스 등 다채로운 시설 때문에 여름과 겨울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고 자랑했다.

레저 관광 인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봄과 가을에는 각종 스포츠 총회 등 비즈니스 행사를 개최해 타격을 줄이고 있다. 여름철 일자리가 겨울철에 비해 2000개가량 적어 계절별 일자리 불균형이 골치인 평창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亞에서 겨울 스포츠 인기끌기도 과제

동·하계 올림픽을 8차례나 개최한 미국민에게도 레이크플래시드는 유독 인상적인 개최지로 가슴에 남아 있다. 1980년 대회에서 자국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써 내려간 ‘빙판의 기적’ 덕분이다. 아마추어로 구성된 미국팀은 세계 최강이던 옛소련팀을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는데 냉전 때 거둔 이 승리는 아직도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기적으로 꼽힌다.

당시 경기가 펼쳐진 ‘1980 링크’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제러드 페이스는 “명승부를 벌인 덕에 영화로까지 만들어졌고 도시의 이름값이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한국도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따고 좋은 승부를 펼쳐 곱씹을 유산을 만들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이웃 나라에서 동계스포츠가 발전해야 ‘레저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교훈도 발견했다. 레이크플래시드는 차량으로 6시간 이내 거리에 모두 70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의 토론토와 오타와, 몬트리올 등의 시민도 주고객이다. 또 TV로 생중계되는 국제대회 유치 때도 비슷한 시간대의 국가에 얼마나 많은 스포츠팬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ORDA 관계자는 “레이크플래시드에서 바이애슬론 대회가 자주 열리는데 시차가 6시간 나는 독일 등 유럽에 시청자가 몰려 있다.”면서 “평창이 계속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아시아지역 사람들이 동계 체육 종목에 친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레이크플래시드(미 뉴욕주)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8-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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