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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석아. 제발 돌아와라” 엄홍길 애끊는 마음

”영석아. 제발 돌아와라” 엄홍길 애끊는 마음

입력 2011-10-26 00:00
업데이트 2011-10-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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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가 집중할 수 있게 냉정하게 밖에서 지켜봐주길”

”자꾸만 자꾸만 눈이 흘러들어 쌓일 터인데 그 안에 있으면... 영석아, 어디에 있는 것이니?”

안나푸르나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박영석(48) 대장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 산악가로 꼽히는 엄홍길(51) 대장은 원정대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머릿속에 훤하게 그리고 있었다.



오랜 동료의 실종에 그만큼 애가 타들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엄 대장은 26일 “이것도, 저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고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나날”이라고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박 원정대의 유력한 실종 추정지역으로 꼽히는 안나푸르나 남벽 근처 베르크슈룬트의 지형을 지도를 읽듯 설명하기도 했다.

엄 대장은 베이스캠프와 직접 연락하지는 않지만 수시로 대한산악연맹에 전화해 수색 경과를 전해듣고 구조 방안을 고심하고 있었다.

그는 “박 대장 일행이 눈사태를, 아주 큰 것을 만난 것 같다”며 “그렇지 않으면 위성전화 하나와 무전기 두 대가 한꺼번에 끊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벽 출발점 근처의 지리를 생각할 때 베르크슈룬트에 빠진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그 지역을 집중적으로 수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암벽과 빙하가 접점에서 이뤄진 깊이 30∼40m의 틈에는 아직도 눈사태의 여파로 눈과 낙석이 흘러들어 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가장 많이 털어놓았다.

엄 대장은 “워낙 강한 녀석이라서 바닥이나 어디에 덜컥 내려앉아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런데 눈이 자꾸 들어가서 쌓이는데 시간은 흘러가고 있어 마음이 정말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안나푸르나를 다섯 차례나 갔다 왔는데 지금처럼 가을 시즌 말에는 기상 변화가 극심하다”며 “눈이 오고 계속 가스(안개)가 생겨 새벽부터 오전 10시 이전에 잠시만 구조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엄 대장은 지난 19일 박영석 원정대의 실종 소식을 듣자마자 항공권부터 끊어 현장에 출동하려 했으나 산악연맹의 만류로 계획을 보류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지만 고산 등반을 한 지가 오래 돼 고지대에서 급격한 생리 변화를 겪을 우려가 있다.

국내에 남아 구조·수색 활동을 지켜보면서 자신에게 역할이 주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엄 대장은 현지에 파견된 대책반이 구조·수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실종된 원정대의 지인들이나 일반인들은 외부에서 냉정하게 경과를 지켜봐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는 “현재 최고의 산악인들이자 구조요원들이 현장에 들어가 있다”며 동료 산악인들의 구조 활동에 강한 믿음을 보냈다.

한때 히말라야 8,000m 이상 봉우리 14개의 한국인 최초 완등을 둘러싸고 라이벌로 여겨지기도 했던 엄 대장과 박 대장의 인연은 22년 전인 198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엄 대장은 “랑시샤리인가, 랑탕리인가를 오르려고 그 해에 영석이가 네팔로 왔는데 마침 내가 거기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하고 같이 온다더니 혼자 오는 통에 내가 셰르파도 구해주고 장비도 구해주면서 등반을 많이 도와줬다”며 “영석이가 히말라야 첫 등반에 대장을 맡아 등정하고 내려온 뒤에 얼마나 같이 술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했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엄 대장은 “그 뒤에 국내에 들어와서 그림자처럼 붙어서 다녔고 산에서 장사하는 우리 집 놀러 와서 고기도 잡고 술도 먹고 계곡에서 얼마나 헤엄을 쳤는데...”라며 고개를 떨어뜨린 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그는 현재 고산 등반은 중단한 상태이며 그간 히말라야가 자신에게 준 ‘선물’에 보답한다는 취지로 네팔 고지대에 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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