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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킹’ 이동국 “브라질월드컵 얘기는 이제 그만”

‘라이언킹’ 이동국 “브라질월드컵 얘기는 이제 그만”

입력 2012-02-01 00:00
업데이트 201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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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전지훈련 인터뷰…”박주영은 예의바른 동생”

 솔직히 이동국(33·전북)은 별로 매력적인 취재원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워낙 인터뷰에 시달린 탓(?)인지 어떤 질문에도 모범답안만 내놓기 일쑤였다. 골을 넣고 싶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었다. 그랬던 이동국이 달라졌다. 최근 잇달아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입담을 쏟아냈다.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이동국은 뭐라고 했을까. 30일 브라질 전지훈련지인 이투시에서 만나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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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전지훈련에서 김상식, 김정우 등 프로축구 전북 현대 동료들과 파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는 ‘라이언킹’ 이동국(오른쪽).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김상식, 김정우 등 프로축구 전북 현대 동료들과 파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는 ‘라이언킹’ 이동국(오른쪽).
 

 ●문제의 사진, “억울하다”

 문제의 사진 얘기에 이동국은 살짝 흥분했다. 톤도 높아졌고, 경상도 사투리도 튀어나왔다. “아, 그거에 대해서 정말 할 말이 많다.”고 덤볐다. 박주영과 찍힌 사진 얘기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다는 바로 그 사진.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홈경기 때였다. 골을 넣고 정신없이 환호하는 박주영 뒤로 그라운드 밖에서 싸늘하게 굳은 표정의 이동국이 한 프레임에 잡혔다. 대표팀의 갈등이 도를 넘었다거나 박주영과 선배들 사이가 좋지 않다는 얘기 등 각종 ‘카더라 통신’의 근거가 됐다.

 이동국은 억울하다고 했다. “찰나였다. 박수치고 환호하고 좋아하다가 아주 잠시 그랬나본데 그게 찍혔다. 계속 어떻게 박수치고 좋아하겠나.”라고 되물었다. 고참을 21개월 만에 불러놓고 벤치에만 앉혀놓은 상황이 솔직히 야속했을 법하다고 살살 긁어봤다. 그래도 꿋꿋했다. 이동국은 “동료가 골을 넣었는데 그런 표정을 지을 정도로 서운하지는 않았다. 많이 부풀려서 얘기된 것 같다.”고 했다.

 박주영에 대해서도 “말도 많고 장난도 많이 치고 선수끼리 잘 어울린다. 후배들도 잘 이끌고 선배들한테는 예의바른 동생이다.”고 했다. 이동국은 “모든 게 결과론이다. 대표팀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그런 얘기까지 나왔다고 생각한다. 주영이는 리더로 좋은 역할을 해왔다.”고 높게 평가했다.

 

 ●“브라질월드컵 얘기는 이제 그만”

 이동국은 “이 얘기에는 꼭 별표를 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얘기를 막 꺼냈을 때였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하면서 이동국이 브라질월드컵에 갈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 이동국은 인터뷰 때마다 나오는 월드컵 얘기가 싫었는지 “난 몇년 뒤를 보고 운동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항상 바로 다음 경기만 보고 준비했다. 벌써 2014년을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잘랐다. “바로 앞 경기만 보며 준비하면, 혹시 있는 자리가 월드컵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마무리는 역시 월드컵이었다. “월드컵이 마지막 대회였으면 좋겠고, 거기서 해피엔딩으로 축구인생이 끝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될지 안 될지는 본인에게 달렸단다. 해피엔딩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라고 정의했다.

 

 ●친정팀 포항?! 애증관계

 올해 K리그에서 ‘디펜딩챔피언’ 전북을 괴롭힐 팀을 꼽아달라고 했다. “성남도 선수 보강을 많이 했고, 수원, 서울 등 수도권팀은 항상 괜찮고. 인천도 어린 선수들에 김남일과 설기현이 가세했으니 좋고. 울산도 작년에 챔피언전에 올랐고….” 모든 팀을 다 거론할 것 같았다.

 이흥실 감독대행과 김상식, 김정우 등이 꼽았던 포항은 어떻냐고 물었다. “포항도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나가죠?”라고 되묻는다. 포항은 오는 18일 홈에서 태국 촌부리FC와의 단판 승부로 본선행을 결정짓는 상황. 절대적으로 포항이 유리하다.

 이동국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포항이 꼭 ACL 나갔으면 좋겠다. K리그랑 ACL 둘 다 해야 힘이 빠지지.”라고 말했다. 포항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나오고 포항에서 첫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에게 이제 ‘친정팀’은 그저 라이벌일 뿐인 걸까.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동국은 2008년 영국에서 돌아오며 포항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결국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성남맨으로 포항스틸야드 원정경기를 치렀던 문제의 날. 고향 팬들과 인사하고 싶었던 이동국은 경기 후 포항 서포터즈석을 향했다. 따뜻하게 반겨줄 거란 순진한(?) 예상과 달리 팬들은 이동국 유니폼을 거꾸로 걸어놓고 야유하고 욕을 해댔다. 친정팀을 배신했다는 분노였다.

 이동국은 “난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의 녹을 먹고 자란 남자다. 한 방에 그렇게 되니까 정말 아쉬웠다. 팬들도 배신감을 느꼈겠지만 그래도 인사까지 하러 갔는데 안 받아주셔서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포항을 너무 사랑하고 아끼기에 더 충격이 컸나 보다.

 이투(브라질) 글·사진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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