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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트라이아웃 현장을 가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트라이아웃 현장을 가다

입력 2012-09-18 00:00
업데이트 2012-09-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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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건너왔다 대한해협 건너왔다 왜냐고요? 야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억대의 계약금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에 입단하지는 못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얼룩만 남긴 야구 인생, 그러나 그라운드에서의 희열을 잊지 못하고 멀리 미국과 일본에서도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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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던진다”  국내 첫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17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경기 고양시의 우리인재원에서 개최하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이시몬(왼쪽)씨 등이 던지기 테스트에 열중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꿈을 향해 던진다”
국내 첫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17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경기 고양시의 우리인재원에서 개최하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이시몬(왼쪽)씨 등이 던지기 테스트에 열중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17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우리인재원 야구장.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습을 드러냈다.

●투수·야수 등 90여명 도전장

국내 유일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려는 이들. 고교나 대학 시절 야구를 했다가 꿈을 이루지 못한 선수들이 ‘야신’ 김성근 감독 밑에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모인 것이다.

미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이시몬(29)씨는 오전 5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미국 LA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것. 시차 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 텐데 이씨는 50m 주력 테스트를 6초67에 끊었고, 캐치볼로 던지는 공에는 묵직함이 느껴졌다.

“미국에서 트라이아웃 소식을 듣고 급히 짐을 꾸렸습니다. 야구가 좋아서, 야구가 뭔지 알고 싶어서 김성근 감독께 배우러 왔습니다. 최고의 선수를 꿈꾸기보다는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인천고를 졸업한 이씨는 LG가 2차 3번으로 지명할 정도로 유망했던 투수. 그러나 계약에 실패하고 인하대에 진학했다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야구 인생이 뒤엉켰다. LG가 지명을 포기해 갈 곳이 없어진 이씨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2007년 시카고와의 계약에 성공했다. 루키리그에서 구원으로 활약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의 좋은 성적을 냈지만, 구단은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구속(球速)이 나오지 않자 가차없이 방출됐다.

시카고 구단으로부터 편도 항공권을 건네받고 고국에 돌아온 이씨는 김성근 당시 SK 감독의 제안으로 공개 테스트를 받았다. 그러나 ‘마지막 기회’란 부담감에 제구력이 엉망이었다.

“야구가 날 버렸다.”고 절망한 이씨는 독립리그에서라도 뛰겠다며 미국으로 돌아가 지금은 LA 거주 교민들의 사회인야구에서 뛰고 있다.

일본 조사이대 투수로 교포인 안휘권(21)씨도 지난 16일 입국,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아버지의 나라에서 뛰고 싶어서다. 포크볼이 주특기라는 안씨는 중학 시절 전국대회에 나간 경험도 있다고 했다. “제가 한국인이란 걸 잊은 적이 없습니다. 한국 야구를 배우고 싶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번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사람은 투수와 야수를 합쳐 90명가량. 저마다 절절한 사연을 가슴에 묻은 채 마지막 도전을 꿈꾸고 있다. 2006년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2년간 뛴 나지원(25)씨는 “야구를 못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 프로에 다시 가겠다는 생각보다는 야구가 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중앙고와 동국대에서 뛰었던 이문광(27)씨는 프로에 갈 만큼의 실력은 되지 않았지만, 그라운드에서의 행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청원중 코치로 재직 중인 이씨는 못다 한 선수의 꿈을 다시 한번 펴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합격자수는 미정

19일까지 트라이아웃을 진행한 뒤 합격자를 선발하는데 몇 명을 뽑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구단은 올해 내야수 홍재용(두산), 투수 이희성과 내야수 김영관(이상 LG), 외야수 강하승(KIA), 안태영(넥센) 등 5명을 프로에 진출시켰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2-09-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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