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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근 완성기: 체조·역기 섞어 빡… 끝!

복근 완성기: 체조·역기 섞어 빡… 끝!

입력 2014-03-29 00:00
업데이트 2014-03-29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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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기계체조·유산소 혼합한 ‘크로스핏’ 열풍… 매일 다른 동작으로 기록 경쟁 하다 보면 재미·유대감·체력이 한번에

거울 속 모습은 참담했다. 축 늘어진 뱃살이 한 손 가득 잡혔다. 몸을 쭉 펴고 고개를 숙였다. 불룩 나온 배에 가려 두달 전만 해도 보이던 발톱 끝조차 보이지 않았다. 몸을 돌렸다. 엉덩이는 탄력을 잃고 출렁거렸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깊게 팬 복근을 자랑하며 해운대 바닷가를 누비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지난달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구부정하게 앉아 키보드만 두들겼다. 몸보다 마음이 더 처졌다. 달이 바뀌자 기운을 내 회사 근처 헬스장의 회원권을 끊었다. 그런데 혼자 역기를 들자니 지루하고 외로웠다. 퇴근길엔 소주 생각이 났다. 집에 가겠다는 동기를 붙잡아 한잔을 털어 넣었다. 그러고 나니 헬스장은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한달 동안 회원권 카드에 찍힌 출석 스탬프는 달랑 1개뿐이었다.

이 얘기가 자신의 것처럼 느껴진다면 지금이 바로 운동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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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도구 없이 집에서 체력 향상을 꾀할 수 있는 크로스핏 버피 동작. 유산소성 근력 운동으로 전신 운동 효과가 뛰어나다. ① 곧게 선다. ② 상체를 숙이고 두손으로 바닥을 짚는다. ③ 점프하듯 두 다리를 뒤로 쭉 뻗는다. ④ 팔꿈치를 굽혀 몸을 내린다. ⑤ 다시 팔을 편다. ⑥ 앞으로 점프해 다리를 당긴다. ⑦ 두 팔을 하늘을 향해 펴고 최대한 높이 뛰어오른다.
특별한 도구 없이 집에서 체력 향상을 꾀할 수 있는 크로스핏 버피 동작. 유산소성 근력 운동으로 전신 운동 효과가 뛰어나다. ① 곧게 선다. ② 상체를 숙이고 두손으로 바닥을 짚는다. ③ 점프하듯 두 다리를 뒤로 쭉 뻗는다. ④ 팔꿈치를 굽혀 몸을 내린다. ⑤ 다시 팔을 편다. ⑥ 앞으로 점프해 다리를 당긴다. ⑦ 두 팔을 하늘을 향해 펴고 최대한 높이 뛰어오른다.


●헬스는 재미없다? 그렇다면 단체운동 크로스핏

크로스핏 열풍이 불고 있다. 헬스장에서 혼자 하는 운동에 좀처럼 재미를 못 붙이는 사람, 스쿼트나 덤벨보다는 뭔가 좀 더 숨이 턱턱 차오르고 역동적인 것에 목마른 사람에게 그만인 운동이다. 크로스핏은 역도와 기계체조, 유산소 운동을 마구 섞은 운동이다. ‘짬뽕’처럼 느껴지지만 각각의 핵심 요소만 뽑았다.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스에서 최초의 크로스핏 체육관을 설립한 그레그 글래스먼(57)은 2002년 발표한 이른바 ‘크로스핏 헌장’에서 “크로스핏은 신체 중 어느 한 부분을 발달시키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심폐지구력을 비롯한 10가지 신체 능력을 골고루 극대화시키기 위한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크로스핏은 특정 종목의 전문가가 아닌, 여러 스포츠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팔방미인’ 육성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크로스핏 체육관에 등록하면 매일 다른 운동을 다양하게 접하게 된다.

그날그날 ‘오늘의 운동’이 칠판에 오른다. 크로스핏에서는 이를 ‘와드’(WOD·Workout of the Day)라고 부른다. 그런데 애호가들이 즐기는 와드에는 각각 애칭이 있다. 예를 들면 ‘메리’라는 이름의 와드는 물구나무서서 팔굽혀펴기 5회, 번갈아 가며 한쪽 다리로 앉았다 일어나기 10회, 턱걸이 15회 한 세트를 연속으로 20분 동안 가능한 한 많이 하는 것이다. 달리기, 역기 들기, 기계체조 링에 매달리기 등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초보자일 경우 운동은 한번에 1시간씩 코치의 지도로 진행된다. 3일 운동하고 하루 쉰다. 시간은 비교적 짧지만 강도는 높아 바쁜 직장인들에게 적합하다. 바벨(역기)의 무게, 동작의 횟수 등은 운동하는 이의 수준에 맞춰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청년뿐 아니라 어린이와 노인들도 각자의 수준에 맞춰 크로스핏을 즐길 수 있다. 과격한 운동이 부담스러운 여성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있다.

●한번에 심폐지구력 등 10가지 신체 능력 극대화

크로스핏은 또 기록 경쟁을 하는 운동이다. 주어진 동작을 제한 시간 동안 누가 더 많이 하느냐 혹은 누가 더 빨리 끝내느냐를 두고 회원들끼리 경쟁한다. 경쟁하면서 회원들은 서로 실력을 키울 수 있다. 크로스핏은 단체 운동이기도 하다.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쟁하며 회원 간의 유대감을 키운다.

리복 크로스핏 센티널의 코디 헌터(35·뉴질랜드) 대표는 “크로스핏은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의 방식”이라면서 “즐겁게 먹고 즐겁게 운동해서 강인한 몸을 만드는 것이 크로스핏”이라고 설명했다.

헌터 대표는 회원 간의 친목을 크로스핏의 매력으로 꼽으면서 “동료들과 고통을 나누고 함께 땀을 흘리면 금방 친해진다. 친한 사람과 같이 운동하면 당연히 즐겁다. 즐거우면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건강해진다”고 크로스핏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직장인 홍기(35)씨는 크로스핏 마니아다.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홍씨는 “크로스핏을 시작한 후로 몸이 훨씬 튼튼해졌다”면서 “평소 운동을 좋아해 크로스핏 외에도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 그런데 크로스핏을 시작한 뒤에는 다른 운동을 할 때 기량이 부쩍 는 걸 느낀다. 특히 심폐지구력이 강해졌다”고 자랑했다. 홍씨는 “크로스핏을 알게 된 후 건강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예전에는 우람한 몸이 무조건 좋은 줄 알았지만 이제는 기준이 바뀌었다. 활력이 넘치는 몸이 건강한 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완벽한 운동은 없다. 크로스핏도 완벽하지 않다. 사람들을 유혹하는 크로스핏의 경쟁은 때로 부상의 원인이 된다. 크로스핏 트레이너 정모씨는 “기록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운동하다 보면 다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잘못된 자세로 무리하게 운동을 계속하면 몸에 부담이 쌓인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고했다.

헌터 대표는 크로스핏을 하다 다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운동에는 부상 위험이 있다. 스노보드는 훌륭한 운동이지만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코치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바른 자세로 운동할 수 있게 제대로 가르쳐 줄 코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체육관? 기초반이 없다면 위험해요

그러나 크로스핏 초보자가 코치의 역량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헌터 대표가 좋은 체육관을 고르는 방법을 귀띔했다. 그는 “체육관에 등록하기 전에 기본 동작을 가르치는 기초반을 운영하는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기초반을 운영하지 않는 체육관은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일단 한번 시작해 보세요.” 크로스핏 경력 3년 차, 크로스핏이 좋아 코치가 되었다는 박보경(여·34)씨가 크로스핏을 시작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이제 크로스핏에 흠뻑 빠졌다.

박씨는 “중요한 것은 몸매 관리가 아니다. 운동을 즐기는 게 먼저다. 즐겁게 운동하면 어느새 멋진 몸을 가질 수 있다”면서 “크로스핏을 시작한 뒤 몸뿐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졌다.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면서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발견할 때 가장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 강신 기자 xin@seoul.co.kr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2014-03-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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