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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발언 美농구단 구단주 사면초가

인종차별 발언 美농구단 구단주 사면초가

입력 2014-04-29 00:00
업데이트 2014-04-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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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후원 계약 철회 봇물…각계 비난 쇄도

구단주가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난 미국 프로농구(NBA)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가 거센 역풍에 휘말렸다.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이 여자친구에게 “내 경기장에는 흑인을 데려오지 마라”고 말한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각계의 비난 세례와 함께 기업의 후원 계약 철회, 선수들의 태업 등 구단의 존폐가 위태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추마시 카지노와 카맥스 등 클리퍼스 후원 기업들의 계약 통보가 줄을 이었다.

미국 굴지의 자동차 거래 업체인 카맥스는 성명을 통해 스털링 구단주의 인종 차별 발언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 기업의 문화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아메리카 원주민이 운영하는 추마시 카지노 역시 성명에서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후원 계약 해지 이유를 설명했다.

랩음악 스타 션 디디 콤이 소유한 생수회사 아쿠아하이드리트와 보험회사 스테이트팜은 진상 조사를 마칠 때까지 후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버진아메리카 항공도 클리퍼스 후원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리퍼스의 간판 흑인 스타 선수 블레이크 그리핀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클리퍼스의 주요 후원 기업으로 꼽히는 기아자동차 미국법인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방송 KTLA는 레드불, 요코하마타이어 등 줄잡아 11개 업체가 클리퍼스와 후원 계약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NBA를 후원하는 미국 최대의 맥주 업체 안호이저부시는 클리퍼스를 별도로 후원하지는 않지만 “NBA 사무국의 조치를 지켜보겠다”고 밝혀 NBA 사무국의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클리퍼스는 포브스 추산으로 구단 가치가 5억7천500만 달러에 이르지만 구단 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원천인 기업 후원이 끊어지면서 반 토막이 날 위기에 몰린 셈이다.

각계 인사들의 비난도 줄을 이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 순방 기간에 이 소식을 접하고 “무식한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널리 알릴 때 그렇게 얘기하도록 두는 게 상책”이라며 “그런 일이 최근에 일어났다”고 스털링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NBA 선수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 주도 새크라멘토 시장으로 일하며 NBA 선수 노조를 돕고 있는 케빈 존슨은 “정말 선수들의 속을 긁어놓은 나쁜 발언”이라고 말했다.

매직 존슨, 마이클 잭슨 등 전설적인 농구 스타와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현역 농구 선수들도 스털링에 발언에 격한 반응을 나타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공동 구단주인 존슨은 “스털링이 구단주 자리를 지키는 한 클리퍼스 경기를 보러 가지 않겠다”면서 “내가 클리퍼스를 인수하겠다”고도 말했다.

브라이언트는 “그 인간이 클리퍼스 구단주로 앉아 있어서는 안된다”고 트위터로주장했다.

스털링에게 유색인 지위 향상에 이바지한 공로를 기려 상을 주려던 흑인 민권 옹호 단체인 전미유색인협회 로스앤젤레스 지부는 시상 계획을 취소했다.

리언 젠킨스 회장은 “스털링 구단주는 시대착오적인 인종 차별로 경제적, 사회적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상 조사에 착수한 NBA 사무국은 스털링에 대한 구단주 자격 박탈까지 가능하다는 강경한 방침을 시사했다.

부동산 재벌인 스털링은 1981년 클리퍼스를 인수해 30년 넘게 구단을 운영했다.

선수들은 골드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출전 거부까지 논의하다 결국 경기에 나섰지만 팀 로고를 새긴 티셔츠를 벗어 코트 바닥에 팽개치는 항의 표시에 이어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완패를 당했다.

흑인인 닥 리버스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이라 클리퍼스는 플레이오프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미국 유명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 빌리 크리스털은 트위터에 “구단주는 스털링이지만 클리퍼스는 우리 것”이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차전에서 흑인 가수 탱크가 미국 국가를 부르기로 했다.

한편 스털링의 흑인 비하 발언을 녹음해 공개한 여자친구 스티비아노는 변호사를 통해 “스털링이 내게 한 말이 맞다”고 확인했다.

20대 흑인과 히스패닉 혼혈로 알려진 스티비아노는 스털링과 사귀면서 고급 자동차와 거액의 현금을 선물로 받아 챙겼다고 스털링의 부인 로셸은 주장했다.

스티비아노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로셸은 뉴욕 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녹음 목소리는 남편이 분명하다”면서 “남편의 인종차별 발언에 가족 모두 놀랐으며 나와 자녀들은 남편의 이런 편견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로셸은 스털링과 별거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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