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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LB 10년 추신수 “올해 마지막 경기가 나의 D데이”

<인터뷰> MLB 10년 추신수 “올해 마지막 경기가 나의 D데이”

입력 2014-12-30 12:38
업데이트 2014-12-3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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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에 우승하려 왔다” 거듭 강조…”좌·우익수 아무데나 상관없어”

미국프로야구(MLB) 2014년 정규리그를 부상으로 일찍 접은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전략적인 작전 개시시간을 뜻하는 2015년 ‘D데이’를 언제로 삼았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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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하원미 부부
추신수 하원미 부부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중심 타자 추신수가 부인 하원미 씨와 함께 28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11년 결혼 생활 동안 서로 닮게 된 추신수 부부는 책임감을 앞세워 애드리안 벨트레 부부와 더불어 그라운드 안팎에서 ’텍사스의 군기반장’으로 활약하며 2015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새 바람을 불고 올 예정이다.
연합뉴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개막일(현지시간 4월 6일)을 겨냥하겠다’는 평범한 답 대신 그는 “올해의 마지막 경기가 나의 D데이”라고 했다.

”늘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뜁니다. 정규리그 162번째 경기, 플레이오프의 마지막 경기, 또는 월드시리즈의 마지막 경기가 나의 D데이예요. 어떻게 시작하느냐보다 어떻게 마무리를 짓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기에 마지막까지 끝까지 뛸 겁니다.”

지난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을 만회하는 데 조바심 내지 않고 평정심을 굳게 지켜 최후에 웃겠다는 의지다.

추신수는 2014년 마지막 일요일인 지난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뜻깊은 2015년을 맞이하는 소회를 담담히 밝혔다.

2015년은 추신수가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지 만 10년째이자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로 치르는 해이다.

지난 9월 왼쪽 팔꿈치와 왼쪽 발목을 차례로 수술한 뒤 재활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는 추신수는 힘차게 ‘추추 트레인’의 기적을 울리고자 풀타임 메이저리거(2008년)가 된 이래 처음으로 귀국도 마다하고 텍사스의 홈구장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를 지키고 있다.

’늘 작년보다 나은 올해’를 새해의 목표로 삼는 추신수는 인터뷰 내내 “텍사스에 우승하러 왔다”는 말을 반복하며 개인 기록 수립보다 팀을 위한 희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치지 않고 150경기 이상 출전하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쥘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동갑내기 부인이자 ‘내조의 여왕’인 하원미 씨가 동석해 11년째 애정과 의리로 살아온 빅리거 부부의 일상을 소개했다. 다음은 추신수·하원미 부부와의 일문일답.

-- 메이저리그 데뷔 만 10년을 맞이한다. 당시 첫 타석 기억나나.

▲ 추신수(이하 추) = 2005년 마이너리그에 있다가 올라와 세 타석에 섰다. 두 번은 마무리 투수를, 한 번은 잘 던지던 상대팀 중간 투수를 상대했다.

첫 타석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해 미국 땅을 밟은 추신수는 이듬해부터 마이너리그에서 기량을 쌓다가 2005년 4월 21일 오클랜드 마무리 옥타비오 도텔을 상대로 대타로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결과는 1루 땅볼이었다. 이후 세 번째 경기 만에 에인절스의 스콧 실즈를 제물로 통산 첫 안타와 첫 타점을 올렸다.)

-- 내년 통산 1천 경기, 500타점 등 의미 있는 기록이 기다리는데.

▲ 추 = 솔직히 내세울 만한 기록 있나(웃음). 한국에서 야구를 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메이저리그로 오면서 기록 생각은 안 하기로 했다.

미국 생활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록이란 건강하게 뛰다 보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에는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었고, 빅리그에 올라와서는 매일 뛰고 싶었다. 주전으로 매일 경기에 출전하다 보니 이곳에 오래 있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이후에는 좋은 팀에서 우승하고 싶고, 계약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텍사스와 계약한 것도 우승하고 싶어서 온 것이니 꼭 꿈을 이루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잘해야겠고. 결국 다 연계된 것이다.

우선 다치지 않고 150경기 이상 출전하는 것에 목표를 두겠다.

하원미(이하 하) = 데뷔 10주년이라고 하니 당시 일화가 떠오른다. 시애틀 산하 트리플A 타코마에서 뛸 무렵이었는데 TV를 봤더니 마이너리그에서 매일 뛰던 사람이 혼자서 헬멧 쓰고 방망이를 쥔 채 감독 옆에 가만히 앉아 있더라. (대타로) 언제 나가라는 지시가 떨어질지 몰라 대기하던 것이었는데 얼마나 뛰고 싶어하는지를 알고 있기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아내의 말을 받아) 추 = 한국에서 야구를 해오면서 늘 중심, 선두에 있었다. 그러나 다른 동기들이 한국에서 주목을 받는 반면에 나는 미국에서 그러지 못해 외로웠고 괴로웠다.

그래서 당시에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 뱀의 머리가 되자’고 전략을 수정했다. 메이저리그에 의미 없이 머물기보다 마이너리그에서 매일 경기를 뛰면서 기량을 쌓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에이전트에게도 그렇게 요청했고, 실제로 이후 이틀 만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추신수의 냉정한 판단은 이듬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의 트레이드 물꼬를 텄다. 2006년 7월 초 다시 빅리그의 부름을 받아 첫 타석에서 장쾌한 2루타를 터뜨린 추신수는 이후 17타수 무안타 부진에 빠지자 벤치를 지켰다.

그러나 시애틀 구단이 수비를 강화한다면서 원래 외야수로 양성된 추신수 대신 유격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애덤 존스를 기용하는 상식 밖의 결정을 내리자 추신수가 당시 단장을 상대로 따졌다. 추신수는 “싸움에는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한 뒤 마이너리그행 이틀 후 클리블랜드로 전격 트레이드 됐다고 했다.)

-- 부부에게 각자 10년간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떤 때인가.

▲ 추 = 그렇게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 되고 나서 트리플A가 아닌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처음 상대한 팀이 ‘친정’ 시애틀이었다.

시애틀 에이스인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선발이었다. 8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두 타석 거푸 볼넷으로 나간 뒤 0-0이던 6회 내가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빅리그 통산 첫 홈런을 쳤다. 1-0으로 우리 팀 승리로 끝났다.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트레이드 되던 순간 시애틀을 상대로는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을 다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덕분인지 시애틀을 상대로 성적이 좋은 편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설욕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하 = 제일 큰 부상으로 남편의 손가락이 부러진 2011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다. 당시 막내(소희)를 임신한 몸으로 백스톱 뒤에서 경기를 봤다.

심판 뒤쪽에 있으니 어디를 맞았는지 몰랐다. 머리를 맞은 줄 알고 순간 너무 놀랐다. 아들 무빈, 건우를 데리고 원래 원정팀 가족은 출입할 수 없는 클럽하우스 앞에서 울면서 통사정한 끝에 구단 관계자의 도움으로 라커에 들어갔다.

지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우리 신랑은 맞아서 돈 번다’고 하는데 몸에 선명하게 찍힌 공 모양의 보라색 멍 자국이 7개씩 보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 부인의 예감으로 볼 때 올해 남편이 명예를 회복할 것 같은가.

▲ 하 = 야구는 잘 모르지만 잘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의 스타일과 성격을 잘 안다. 모든 여건이 조성되면 남편은 앞만 보고 쭉 가는 스타일이다.

다만, 한 개가 삐끄덕 하면 너무 그것에 파묻혀 앞으로 나가지 못했고, 그래서 슬럼프가 오면 집에서도 예민해하고 힘들어했다. 부상에서 벗어난 이상 잘 풀릴 것으로 본다.

추 = (부인을 보며) 그래도 예전보다 좀 나아진 것 아닌가. 이제 집에서는 웬만하면 야구장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성적 좋지 않으면 예민해졌는데, 요즘은 음료수 한잔하면서 야구장에서 오래 생각하고 제일 늦게 나온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집에서는 고민을 덜 하려 한다.

(통산 세 차례나 20홈런-20도루를 달성해 호타준족으로 명성을 높인 추신수는 2012∼2013년을 통해 건강하다면 자신은 물론 주변에서 기대하는 기본 성적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빅리그에서 7년을 뛰는 동안 생존 비결을 터득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주전들의 연쇄 부상으로 팀이 일찍 망가진 탓에 구단 관계자에게 아프지만 아프다고 말 못하고 뛴 자신을 토닥거리고 싶다고 했다. 기대를 밑돈 성적에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사정을 잘 아는 존 대니얼스 단장은 추신수에게 “나 또한 단장 부임 이래 최악이다. 책임을 혼자 지려고 하지 말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 성적은 비록 저조했으나 모처럼 가족의 정을 느낄 시간을 얻었다.

▲ 하 = 남편이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클리블랜드에서 뛰던 초기에 우리 가족은 늘 함께 있었다. 큰아들 무빈이 학교를 다니면서 나와 애들은 애리조나 주에 머물고, 남편은 팀을 따라다녔다. 혼자서 애를 키우고 가정을 지키자니 힘들었다.

그래서 남편과 어디든지 오랜 기간 정착하고 싶어서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기다렸다. (추신수는 올해 6월 야구장 인근 사우스 레이크에 집을 마련했다.)

올해 처음으로 시즌 후 짐을 싸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야구장에 가는 것은 스프링캠프(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주로 애리조나 주에 몰림) 때 말고는 없었는데 이곳으로 이주 후 우리 집 침대에서 자고 홈구장으로 나가는 남편을 보면 그런 부분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하원미 씨는 시즌 중 홈경기가 열릴 때면 자녀 셋과 야구장을 찾아 가장을 열렬히 응원했다.

선수 부인들과 두루 친한 하 씨와 클럽하우스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하나씩 빅리그 규율을 가르치는 추신수는 부부 ‘군기반장’으로서 팀의 구심점인 애드리안 벨트레 부부와 더불어 올해 그라운드 안팎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예정이다.)

추 = 우리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경험한 것을 기억하며 아내에게도 빅리그에 이제 막 올라온 선수 부인에게 친절하게 가르쳐달라고 얘기한다. 그런 부분에서 아내가 잘하는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의 부인이 내 아내에게서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자신들의 남편을 통해 종종 한다.

평소 클럽하우스에서 친하지 않던 선수라도 부인끼리 친하면 밥도 먹게 된다. 위계가 잡힌 팀일수록 선수 간 팀워크도 중요하나 부인끼리의 관계도 중요하다.

그런 부분을 벨트레와 자주 얘기한다.

하 = 남편이 시애틀에서 막 빅리그에 올라간 시절이다. 당시 선수 가족석에서 부인들 사이의 ‘규칙’을 알지 못해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에 무빈이를 데리고 앉았다가 쫓겨났다. 신인 선수의 부인은 앉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시애틀에서는 베테랑 선수들의 부인은 관전석 앞자리, 신인 선수 부인들은 뒤에 앉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요즘에는 신인들이 자주 빅리그에 오르내리는 통에 이런 룰이 사라졌는데 벨트레의 부인을 비롯해 베테랑 선수의 부인들이 그렇게 원칙을 다시 세워가자는 데 공감했다. 남편들과 따로 선수 부인들도 그런 측면에서 서로 돕고 질서를 지키자는 분위기가 현재 텍사스 구단 내에 형성돼 있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다.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까지 11년 넘게 동고동락한 추신수 부부는 어느덧 중심 선수의 책임감을 공유하고 있었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시절에는 그래디 사이즈모어를 보면서, 지금은 벨트레를 보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 경기 준비 자세, 경기 후 내일을 대비하는 태도 등을 배웠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마리아노 리베라, 데릭 지터처럼 어느 장소에서건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고 은퇴할 수는 없지만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뛰면서 은퇴할 때 축복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텍사스가 바로 그의 꿈을 이뤄줄 팀이다.

추신수는 “팀이 FA를 어떻게 영입할지 몰라 올해 우익수로 뛸지, 좌익수로 나설지 아직 모른다”면서도 “우승하러 왔으니 팀 사정에 따라 어느 포지션이든 맡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발목이 아파 연습을 제대로 못 해 지난해 좌익수로서 적지 않은 실책을 남겼다고 시인한 추신수. 팔꿈치와 발목 통증의 악몽을 털어낸 추신수가 올해 자존심 회복과 팀의 승리를 위해 다시 힘차게 시동을 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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