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구간 5위서 괴력의 대역전

50m 구간 5위서 괴력의 대역전

입력 2010-11-18 00:00
업데이트 2010-11-1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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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주종목 아닌 男자유형 100 m도 제패

17일 오후 광저우 아오티아쿠아틱센터. 표정에는 여유가 흘러넘쳤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등장했다. 이번에는 4번 레인이었다. 출발대 앞에 선 박태환(21·단국대)은 자신이 소개되자 환한 미소로 한국 응원단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했다. 어차피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경기는 그의 주종목이 아니다. 마이클 볼 코치는 경기에 앞서 “최선만 다하면 된다.”며 연일 관심 속에 있는 그를 편하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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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태극 세리머니  박태환이 17일 아오티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100m 자유형 결승에서 우승한 뒤 등 뒤로 태극기를 활짝 펴들고 기뻐하고 있다. 광저우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세번째 태극 세리머니
박태환이 17일 아오티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100m 자유형 결승에서 우승한 뒤 등 뒤로 태극기를 활짝 펴들고 기뻐하고 있다.
광저우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사실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다. 전날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또 박태환에게 도핑테스트를 했다. 서너 번째 피를 뽑았다. 의도적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핑계를 댈 순 없었다. 훈련할 때 피를 뽑은 왼쪽 팔뚝에 통증이 왔다. 팔꿈치와 팔목 사이의 근육이 경직됐다. 그래도 꾹 참았다. 밤새 팔을 주무르며 시합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만을 바랐다.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하자.’ 수차례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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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신호가 울렸다. 팔뚝이 아팠지만,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경쟁자보다 스피드가 처져 무조건 빨리 가는 것만 생각했다. 출발 반응 속도는 0.69초. 8명 가운데 가장 빠른 3명에 속했다. 팔을 힘차게 휘저었다. 양옆 레인에서 튀는 물살이 너무 거세 조금은 힘들었다. 50m 반환점을 5위(24초 02)로 돌았다. 1위는 23초 71의 루즈우(중국)였다. 그러나 후반 50m에서 무서운 속도로 경쟁자들을 하나, 둘 제쳤다. 80m쯤에서는 루즈우마저 제치고,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48초 70.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48초 94)도 0.24초 앞당겼다. 루즈우(48초 98)를 0.28초 차 앞섰다. 물살을 한 번 내리친 박태환의 얼굴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제야 팔에 오는 통증을 다시 느꼈다.

이로써 박태환은 아시아의 수영 역사를 다시 썼다. 자유형 200m와 400m에 이어 우승, 대회 3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자유형 200m·400m·1500m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그는 2개 대회 연속 3관왕의 기쁨도 누렸다. 이번 대회에서 따낸 금 3, 동메달 2개를 포함해 총 12개(금 6·은 1·동 5)의 메달을 수확해 아시안게임 수영에서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의 우리나라 아시안게임 수영 최다 금메달(5개) 기록도 넘었다. 다른 종목 포함하면 양궁의 양창훈, 승마의 서정균과 함께 6개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18일 자유형 1500m에서 우승하면 이 부문 기록도 경신하게 된다.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인터뷰에 응한 박태환은 “솔직히 3관왕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면서 “주종목이 아니라서 긴장하면서 준비했다. 좋은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서 너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반환점을 5등으로 돈 줄도 몰랐다. 정신이 없어서 빨리 가자고만 생각했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얻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다. 지난 1년간 굉장히 고생하면서 훈련했다.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자유형 1500m와 혼계영 400m를 남긴 그는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밝혔다. 박민규(23·고양시청)는 막판 체력 저하로 50초 43으로 7위에 올랐다.

광저우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2010-11-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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