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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세 판정’에 물거품 된 금빛 질주

‘텃세 판정’에 물거품 된 금빛 질주

입력 2010-11-22 00:00
업데이트 2010-11-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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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위주로 구성된 심판진의 텃세에 한국 사이클의 ‘금빛 질주’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180㎞ 도로독주 경기가 펼쳐진 22일 광저우 철인3종경기장 앞 도로.

 마지막 9바퀴째를 돈 한 무리의 선수가 빠른 속도로 결승선을 향해 달려왔다.

 가장 앞서 달린 선수는 태극마크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은 한국의 박성백(25.국민체육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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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잡은 메달을 놓치다
다잡은 메달을 놓치다 한국 도로 사이클 대표팀의 간판스타 박성백(오른쪽)이 22일 중국 광저우 철인3종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180㎞ 개인도로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메달을 놓쳤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 장경구와 침울해 하고 있다. 박성백은 이날 경기에서 4시간14분54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으나 막판 질주하던 중 홍콩의 웡캄포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반칙이 선언돼 19위로 강등당해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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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는 사이클 박성백
위로받는 사이클 박성백 한국 도로 사이클 대표팀의 간판스타 박성백(오른쪽)이 22일 중국 광저우 철인3종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180㎞ 개인도로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관계자의 위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중반까지 중간에서 페이스를 조절하던 박성백은 경기 막판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선두로 치고 나갔고,결국 선두 그룹에서도 제일 앞서 달린 끝에 웡캄포(홍콩)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가장 먼저 골인했다.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느린 화면으로만 봐도 분명히 박성백이 앞서 들어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심판진은 공식 발표를 미루고 느닷없이 비디오 판독을 시작하더니 결승선 15m 앞에서 박성백이 속도를 내다가 왼쪽으로 치우치면서 뒤에서 따라잡으려던 웡캄포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판정했다.

 한국 코치진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재차 회의를 거친 심판진은 결국 박성백의 반칙을 선언해 웡캄포에게 금메달을 줬다.

 당시 박성백은 마지막 속도를 내고자 강하게 페달을 밟다가 왼쪽으로 중앙선을 넘어 곡선을 그리며 들어왔고,뒤에서 쫓아오던 웡캄포도 옆으로 급히 사이클을 꺾으며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는 박성백이 자신을 방해했다는 큰 몸짓을 했다.

 결국 심판진은 웡캄포의 주장을 받아들여준 것이다.

 그러나 도로 전체를 경기장으로 쓰는 만큼 박성백이 중앙선을 넘은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성백은 옆으로 꺾으면서 뒤를 돌아보는 등 고의성이 드러날 만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박성백은 “속도를 내려고 페달을 밟다 옆으로 휘었다”고 설명했다.

 심판진이 박성백의 반칙을 선언한 근거는 “결승선 40m 전에는 직선으로 달려야 한다”는 국제사이클연맹(ICU) 규정이다.

 그러나 한국 코치진은 “그 규정을 이렇게 빡빡하게 적용한 전례가 없다.중국계 심판들의 텃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억울해했다.

 실제로 투르드프랑스를 비롯해 각종 국제 도로대회에서는 박성백보다 훨씬 심한 커브를 돌며 들어오는 선수가 많지만 그래서 실격된 선수는 없다는 것이 코치진의 설명이다.

 도은철(47) 도로 대표팀 감독은 “박성백이 웡캄포를 밀치는 등 몸이나 사이클이 닿지도 않았는데 반칙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 감독은 또 “홍콩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설령 반칙을 인정하더라도 경고 등 완화된 처분을 내릴 수도 있는데 금메달까지 빼앗아버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안타깝고 처참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함께 경기를 지켜본 여자 대표팀의 박정숙(41) 감독도 “중국계 심판의 텃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이번 아시안게임 사이클 경기의 심판진 구성에서 한국인은 빠져 있다.

 아시아사이클연맹(ACC)에서 지난 3일 발표한 심판진을 확인하면 하야시 다쓰요(일본) 위원장을 포함해 6명의 심판진 중 자오진산(중국),웨카록(홍콩),렁훙란(마카오) 등 3명이 중국계다.

 한국은 이제 원로로 물러난 심판을 제외하면 현재 활동하는 국제심판이 없는 처지다.

 대한사이클연맹 관계자는 “이날 3위로 골인한 미야자와 다카시(일본)도 덕분에 은메달을 땄고,4위였던 저우룽시(중국)는 동메달리스트가 됐다.심판진의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해했다.

 도은철 감독은 “UCI의 규정을 들어 내린 판단이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납득할 수는 없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광저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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