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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구 ‘4강신화’ 이끈 김형실 감독

여자 배구 ‘4강신화’ 이끈 김형실 감독

입력 2012-08-11 00:00
업데이트 2012-08-1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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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비록 3-4위전에서 패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36년 만의 ‘4강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둔 원동력으로 김형실(60) 대표팀 감독의 자상한 ‘아버지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여자 배구 선수단은 내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죽음의 조’에 속해 세계 최강 미국과 브라질(랭킹 2위)도 모자라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천적’ 세르비아(랭킹 6위)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동요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어루만져 준 것은 김형실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프로 선수라 할지라도 마음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 선수들에게 어려운 지도자가 아니라 푸근한 아버지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미국과의 조별 예선 1차전에서 1-3으로 패했을 때에도 선수들을 윽박지르지 않고 한 세트를 따냈다는 사실에 오히려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이 감독의 눈치를 보느라 주눅이 들면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없고 즐기는 배구를 해야 승리도 따라온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패배에 위축되지 않은 선수들은 2차전에서 베이징올림픽 5위, 2011년 월드리그 3위에 통산 상대전적에서 7전7패의 절대 열세였던 세르비아를 3-1로 제압했다.

선수들은 내친김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팀 브라질을 3-0으로 완파하는 파란을 일으키고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런던올림픽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랭킹 4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형실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8강 경기 하루 전날 선수촌 숙소에서 답답하게 지내던 선수들을 불러모아 인근의 공원으로 데려갔다.

공원에 나가 산책도 하고 서로 장난도 치면서 활기를 되찾은 선수들은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어느 때보다 여유 있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코트를 휘저으며 완승을 거뒀다.

이탈리아전 승리의 배경에는 딸을 둔 아버지처럼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읽는 ‘덕장(德將)’ 김형실 감독의 배려가 있었다.

더군다나 김 감독은 소속팀 흥국생명과의 계약 문제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는 김연경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독여주고 불필요한 말을 삼갔다.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김 감독이지만 지도자로서 내공만큼은 누구 못지않다.

1981년~1984년까지 여자 대표팀 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 경력을 쌓은 김형실 감독은 1991년 청소년 여자 대표팀 감독 및 여자 대표팀 코치를 지냈다.

1997년~1998년, 2005년에는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1980년대 한국 여자 배구를 풍미한 미도파와 태광산업을 이끌었고, 1992년부터 2005년까지 인삼공사의 지휘봉을 잡았다.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쌓은 선진 배구에 대한 경험은 런던올림픽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김 감독은 8강전 상대인 이탈리아가 가운데에서 라이트로 돌아나가며 때리는 이동 공격을 주로 구사한다는 점을 미리 파악해 철저히 대비했다.

아울러 한국이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자 세터를 김사니(흥국생명)에서 이숙자(GS칼텍스)로 교체하고 정대영(GS칼텍스), 황연주(현대건설) 등의 공격 옵션을 앞세워 승부의 물줄기를 돌려놓는 탁월한 용병술을 발휘하며 ‘4강 신화’를 이룩했다.

비록 준결승에서 미국에 지고 3-4위전에서 일본에 패하긴 했지만 세계 랭킹 15위에 불과한 한국 여자 대표팀이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김 감독의 ‘준비된 지도력’이 밑바탕 됐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 5월 세계예선전에서 8개국 중 전체 2위로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자 자비 600여만원을 들여 이를 기념하는 금반지를 제작해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오륜마크가 선명하게 박힌 금반지를 끼고 올림픽 본선에서도 파란을 일으키자고 각오를 다진 선수들은 김 감독의 지휘 아래 똘똘 뭉쳐 김연경, 김사니, 한송이(GS칼텍스)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속에서도 불굴의 투혼을 발휘하며 런던에서 ‘4강 기적’을 이뤄냈다.

김 감독은 11일(현지시간) 일본과의 3-4위전에서 아쉽게 패한 뒤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다독이며 “선수들은 잘 싸워줬다”면서 “감독이 잘못해서 졌다”며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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